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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48회] 1800년, 화성(華城)
글/이기담(월~금 연재)
2009-12-07 11:13:07최종 업데이트 : 2009-12-07 11:13:07 작성자 :   e수원뉴스
그를 부르는 김춘득의 목소리는 훨씬 더 다급했다
[연재소설 48회] 1800년, 화성(華城)_1
[연재소설 48회] 1800년, 화성(華城)_1

 주슬해는 어디에도 없었다. 창룡문에도 장안문에도, 팔달문에도.
  날은 이제 완전히 밝아져있었다. 지난밤, 경동지천(驚動地天)의 일을 담은 하늘은 어제처럼 무심히 좋았다. 붉은 빛 감도는 하늘의 구름은 희고 높았다. 이태는 어디에도 없는 주슬해의 흔적들을 보고 받으며 마음속에 일던 불길함이 기어이 현실이 되는가, 생각했다.

  "동남각루(東南角樓)에도 없습니다."
  그곳이 마지막이었다. 분명 창룡문의 번을 서던 군사는 주슬해가 창룡문을 휘돌아 장안문 쪽으로 사라졌다고 했다. 그런데 주슬해의 흔적은 성 안 어디에도 없었다.   
  "혹 민가에 내려간 것은 아닐까요?"
  곁을 지킨 지구관 김석야였다. 그럴 수도 있었다. 이태는 우선 기다려 보기로 마음먹었다. 

  "묘시까지 기다려보기로 하지."
  묘시에는 화성 서장대에서 지휘관들의 소집이 있었다. 만에 하나 그때까지도 나타나지 않는다면 그건 명백한 이탈이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누군가 그들을 향해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석야가 먼저 그를 알아보았다,

  "김 초관인데요."
  세상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상황은 드러난 모양새나 상황만으로 일의 테두리를 짐작할 수 있다. 이태는 김춘득의 행동에서 또다시 생각지 않은 다급한 일이 일어났음을 직감했다. 그러나 이태는 어쩌면 자신이 묘적사와 한양으로 보낸 득중과 천수가 돌아왔다는 소식을 가지고 온 것인지 모른다고 짐작했다. 

  "파총관 나으리!! 파총관...!!"
  하지만 스무 걸음이나 남겨놓고서 그를 부르는 김춘득의 목소리는 훨씬 더 다급했다.
  "무슨 일입니까?"
  "동암문 밖에!"
  "동암문 밖에 뭐요?"
  석야가 되물었다.
  "목이 잘린 시체가!"
  '목 잘린 시체?'
  이태와 석야가 거의 동시에 속되물음을 날리며 춘득을 보았다.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겁니까? 차분히 얘기해 보세요."
  그러나 김춘득은 마음의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에게 시체는 처음이었다. 열여섯 어린 나이에 수포군(守鋪軍)이 되어 임금의 역모자를 잡아내는 공로를 세웠다고는 하지만 직접 목이 잘린 참혹한 시신을 본 적은 없었다. 훈련을 게을리 하거나, 장용영에서 정한 규율을 어겨 곤장을 맞는 군사들을 본 적은 있지만 그 자신 사람을 죽여 본 경험도 없었다.  

  이태는 더는 김춘득의 말을 듣는 대신 현장으로 달려가는 것이 빠르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이태가 말 위에 올라타는데, 김춘득이 말했다.
  "득중......."
  순간 이태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이태가 말 위에서 그에게 물었다.
  "뭐라.......했습니까?"
  "아무래도 득중인 것 같습니다......."
  "득중이라니요? 목이 잘린 자가 득중이란 말입니까, 지금?"

  김춘득이 더는 대답하지 못하고 고개만 아래위로 끄덕였다. 석야가 물었다.
  "시체는 지금 어딨습니까?"
  "동암문 밖에 그대로."
  이태가 더는 묻지  않고 탄 말에 박차를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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