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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53회] 1800년, 화성(華城)
글/이기담 (월~금 연재)
2009-12-14 10:05:28최종 업데이트 : 2009-12-14 10:05:28 작성자 :   e수원뉴스
정조가 죽은 이상 이제 세상은 개벽에 준하는 변화를 겪을 것이다

[연재소설 53회] 1800년, 화성(華城)_1
그림/김호영

'그래, 이제 어쩔 수 없어.' 
  주슬해는 느슨해진 말고삐를 다시 당겨 잡고는 한동안 차지 않은 박차를 가했다. 말이 거친 숨을 한 번 내쉬고는 다시 속력을 내기 시작했다. 

  그가 향하는 곳은 약속된 한양의 북촌의 한 곳이었다.
  "모든 일을 끝마치면 이곳으로 가라."
  주슬해가 받은 마지막 연통의 내용이었다. 마지막 일. 주슬해는 그 일이 득중을 없애는 것이라 생각했다. 물론 그가 받은 지시내용에 그것은 없었다. 

  '화성에 이상한 기운이 감지되면 즉시 보고하라.'
  그것이 그가 받은 마지막 지시였다. 하지만 주슬해는 한 발자국 더 나갔다. 그는 이태가 득중과 천수를 은밀히 내보낸 것을 보았고, 그것이 묘적사라는 것을 알아냈으며, 묘적사의 상황까지 알아냈다. 주슬해는 그들이 알지 못하는 새로운 소식에 대해 먼저 알려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래야 자신의 공이 빛이 날 수 있다고 여겼다.
  이 결정의 근간에는 정조의 승하 소식이 있었다. 주슬해는 비로소 자신에게 다른 길을 보여준 그들이 어떤 그림을 그렸는지 알아차렸다. 

  '그들은 임금의 죽음을 준비했다. 그리고 그들은 나를 임금의 죽음에 준비하는 하나의 바둑판 위의 말로 선택했다.'
  주슬해는 자신이 얼마나 가치 있는 말인지를 증명해 보일 필요가 있다고 여겼다. 그들이 상상하는 이외로, 그들이 예상한 이외의 능력을 가지고 있음을 알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주슬해는 묻고 대답하는 단답형 대화 때문에 응덕이 말하지 못한 묘적사의 상황들이 더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살아남은 묘적사의 무승들이 화성으로 올 것이라는 사실 또한 알지 못했다.    

  진실로 향하는 불편한 생각 따위 대신 앞으로 다가올 시간들을 생각하자 주슬해는 한층 가벼워졌다. 마음이 우쭐해지기도 했다. 
  정조가 죽은 이상 이제 세상은 개벽에 준하는 변화를 겪을 것이다. 순조가 왕위에 오른다고 하지만 이제 권력은 대왕대비와 노론의 손으로 옮겨질 것이다. 무사로서의 삶을 산 주슬해였지만 그 정도의 세상사는 알고 있었다. 그가 발을 딛고 살아가는 이 세상이 어떤 힘에 의해 움직여지는지 정도는 알고 있다고 자신했다. 적어도 이태보다는. 

  주슬해는 그렇게 자신의 장밋빛 미래만을 상상하며 말을 달려 한양에 닿았다. 주슬해는 멀리 숭례문을 앞에 두고 말을 멈추었다. 임금의 붕어를 아는지 모르는지 숭례문 밖을 오가는 사람들에게서는 일상의 부지런함과 권태로움이 뒤섞인 냄새를 풍겼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간 한양의 숭례문은 경계가 삼엄했다. 평소와 달리 번을 선 군사들의 숫자가 늘어났고, 성안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에 대한 경계가 준엄해보였다. 주슬해는 말에서 내려 성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선 사람들을 제치고 문 가까이로 다가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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