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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55회] 1800년, 화성(華城)
글/이기담(월~금 연재)
2009-12-16 11:09:21최종 업데이트 : 2009-12-16 11:09:21 작성자 :   e수원뉴스

 "어찌... 너만 살아왔느냐?"


[연재소설 55회] 1800년, 화성(華城)_1
그림/김호영

  "그리구 냄새도 피비린내가 나는 것 같은데."
  "난 잘 모르겠는데."
  다른 남자의 목소리가 뒤를 이었다. 사내가 갈삿갓 쓴 고개를 숙인 채 남자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사내의 시선에 남자들은 말을 멈추었다. 

  사내는 선 채 남자들이 자신에게서 멀어지는 것을 느꼈다. 사내가 다시 가던 길을 향해 걸음을 옮기는가 싶더니 어느 순간 한 집의 담장을 타 넘었다.
  사내가 담을 타 넘은 집은 인왕산 아래 자리한 순화방의 집들 중에서도 가장 위쪽, 인왕산과 맞닿은 곳에 자리한 집이었다. 언듯 보기에 집은 서른세 칸 정도의 평범한 양반집으로 보였다. 그러나 집은 거대한 비밀 장소 하나를 숨겨놓고 있었다. 
  사내가 담을 타 넘어 발을 디딘 곳은 그곳이었다.

  "누구냐?"
  곧 사내를 포위하듯 누군가의 목소리가 터졌다. 사내는 천천히 갈삿갓을 벗었다. 곧 검은 천에 한쪽 눈이 가려진 사내의 얼굴이 드러났다.
  "너는!"
  사내는 천천히 앞에 선 사내를 보았다.
  "문덕아!"
  그렇게 말한 사내의 몸이 갑자기 앞으로 꺽이는가 싶더니 날카로운 칼날에 베인 나무토막처럼 푹, 앞으로 곤두박혔다. 

  "화수야!"
  문덕이라 불린 사내가 다급히 사내를 향해 몸을 굽혔다. 그의 눈에 사내의 피에 절은 옷이 들어왔다. 사내가 다급히 저고리를 벗겼다. 대강 둘러맨 상처에는 피가 흥건했다. 문덕이라 불린 사내는 사내가 입은 상처를 대강 확인했다. 그가 곧 사내를 그대로 두고 안채 쪽을 향해 내달리기 시작했다. 

  사내는 쓰러져 혼미해지는 의식 속에서도 사선으로 비껴 들어오는 바깥 풍광들을 보았다. 땅에 고개를 맞대고 보여지는 산쪽 공간들은 이생의 모습이 아닌 저생의 모습처럼 느껴졌다.
  끝도 없이 펼쳐진 공간. 사내는 '저것이 사막인가' 생각했다. 명나라 사막을 다녀온 자에게서 들은 적이 있었다. 그곳에는 가도 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살아있는 생명체 하나 볼 수 없는 곳이 있다고. 

  그러나 그곳은 사내가 목숨을 바쳐 무술을 수련하던 곳이었다. 사내는 그곳에서의 자신의 옛일들을 기억하려 애썼다. 사내는 그때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인기척을 느꼈다.
  "어찌... 너만 살아왔느냐?"
  약간 가늘고 높은 톤에 세월의 더께를 나이테만큼이나 얹어 노회함이 느껴지는 목소리였다. 사내는 그 목소리가 누구인지 알아차렸다.
  "송구........"
  사내는 남아있는 마지막 기운을 담아 얘기하려 애를 썼다. 곧 곁에서 다른 사내의 목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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