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본문 바로가기하단 바로가기

상세보기
[연재소설 26회] 1800년, 화성(華城)
글/이기담(월~금 연재)
2009-11-06 17:59:40최종 업데이트 : 2009-11-06 17:59:40 작성자 :   e수원뉴스
  "무엇보다 우선으로 두어야 할 것은 만에 하나 있을지 모를 소요를 막는 것입니다" 

[연재소설 26회] 1800년, 화성(華城)_1
그림/김호영

"대비마마!" 

  심환지가 북받치는 감정을 쏟아냈다. 그런데, 대비가 그런 심환지를 앞에 두고 울기 시작했다. 놀란 것은 심환지 뿐만이 아니었다. 이시수며, 윤행임이며, 대비전의 상궁들까지 갑작스런 대비의 통곡에 당황했다. 그러나 그것은 잠시, 심환지가 곧 대비 앞에 부복하며 곡을 시작했다. 

  "전하......! 전하.......!"
 

  곧 뒤를 이어 다른 이들도 곡을 하기 시작했다. 곡은 애간장을 끊어낼 듯 구슬펐다.

  그렇게 얼마가 지났을까. 대비의 슬픈 곡이 멈추었다. 심환지를 비롯한 부복한 사람들의 곡도 뒤따라 멈추었다. 잠시 쨍한 정적이 대비전을 휘감았다. 

  "내가 걱정스러운 것은."

  대비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어리석은 백성들이 성상의 죽음을 오해할까, 그것입니다." 

  모두의 시선이 서로를 향해 분주히 움직였다. 그 시선들에는 대비의 말이 함축한 의미를 파악한 자신의 생각이 맞는지에 대한 불안과 놀람이 동시에 담겨있었다. 심환지가 먼저 나섰다. 


  "신 또한 그러하옵니다. 성인의 범주에 드신 선대왕의 하해와 같이 넘치는 성은을 자칫 반상의 도가 조선의 법도인양 여기는 자들이 있을까, 저어되옵니다. 이들이 혹여 딴마음을 먹지 않을까, 두렵사옵니다."

  그가 염두에 둔 대상은 정약용(丁若鏞) 같은 남인과 이덕무(李德懋) 뱍제가(朴齊家), 백동수(白東修) 등의 서얼들이었다. 

  이시수가 심환지의 뒤를 이었다.

  "신 또한 심히 그것이 걱정이옵니다. 하옵고 무지한 백성들이 이들의 말에 현혹될까, 심히 걱정이옵니다." 

  더구나 얼마 전 양주와 장단에서 잘 자라던 벼 포기가 갑자기 하얗게 말라 죽는 일이 있었다. 벼농사에 병해충을 입는 것이야 다반사였지만 문제는 벼 포기가 보인 상태였다. 
특히 삶 너머 죽음은 물론이거니와 우주의 섭리까지 보는 노인들이 이를 두고 "상복 입는 벼, 거상도(居喪稻)"라며 임금의 승하를 예견했다. 불안과 슬픔은 삽시간에 옆 마을로, 다시 그 옆 마을로 퍼졌다. 
 하늘의 뜻을 읽는 자들, 그들이 백성들이었다. 자연의 변화를 하늘의 뜻이라 여기는 자들이 백성들이었다.  

  그들이라고 백성이 어떤 존재인지 모를 리가 없었다. 대비가 심환지와 이시수의 뒤를 이어 말하는 신료들의 말이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입을 열었다. 

  "무엇보다 우선으로 두어야 할 것은 만에 하나 있을지 모를 소요를 막는 것입니다."
 

  그들 모두는 한 마음처럼 장용영을 생각하고 있었다. 정조가 키운 군대, 장용영. 심환지는 이현동 옛 광해군의 거처에 있는 7천여 명 군사의 장용내영을 생각하고, 화성의 5천여 명 장용외영의 군대를 생각했다. 
 지난 을묘년(乙卯年/1795년) 윤2월 화성에서 있었던 야간 훈련의 웅장했던 모습을 떠올렸다.

프린트버튼캡쳐버튼
공유하기 iconiconiconiconiconicon

 

페이지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