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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28회] 1800년, 화성(華城)
글/이기담(월~금 연재)
2009-11-09 10:17:49최종 업데이트 : 2009-11-09 10:17:49 작성자 :   e수원뉴스
"하오나, 분명 선대왕의 죽음은 하늘이 우릴 도운 것입니다"
[연재소설 28회] 1800년, 화성(華城)_1
그림/김호영

정조는 처음 이시구의 이런 의견에 대해 너그럽게 포용하는 듯 했다. 그러나 아니었다. 정조는 우회적인 방법으로 노론 강경파를 다그쳤다. 노론은 정조의 말을 무시한 채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리고 승하 12일 전, 정조는 심환지 등을 불러 하명했다.
  "경들이 하는 일도 한탄스럽다. 이와 같은 하교를 듣고서도 어찌 그 이름을 지적해 달라고 청하지 않는단 말인가. 그렇지만 나는 말을 하고 싶지 않다. 그들은 나를 나약하다 생각하고 감히 이렇게 하고 있으나 조만간에 결국 결말이 날 것이다. 비유하자면 종기가 고름이 잡히는 것과 마찬가지이니 나는 반드시 그것이 스스로 터지기를 기다리고 싶으나 그들이 끝내 고칠 줄 모른다면 나도 어쩔 수가 없다......."
  이것은 심환지를 비롯한 노론에게 내리는 정조의 최후통첩이었다. 

  '임금은 그쯤에서 그만 두어야 했다. 임금은 자만했다. 그 자만이 오늘을 불러왔다. 이제는 되었다고 안심할 때가 가장 위험한 때라는 것을 임금은 알지 못했는가.......'
  노론 벽파의 영수인 자신이 그 앞에 엎드려 아무도 모르는 서찰을 은밀히 주고받으며 임금의 명을 받아 거행하는 자신을 보며 정조는 믿었을 것이라 심환지는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더는 참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더는 참을 수 없을 때, 정조의 병은 심해졌고, 오늘에 이르렀다. 

  심환지의 생각이 여기에 이르는데, 대비가 이시수의 말을 받았다.
  "그리되면 아니 될 것이오."
  심환지가 대비의 말을 이었다.
  "그러하옵니다. 마마. 선대왕의 죽음은 우리에게는 하늘이 도운 것이자, 백성들에게는 하늘이 노한 것이어야 합니다."

  심환지의 말에 잠시 대비전의 모두는 할 말을 잃었다.
  "방법이 있는가?"
  대비였다.
  그러나 심환지는 방법이 없었다. 단지 정조의 죽음이 하늘이 도운 것이라는 생각이 강해 그 반대를 생각했던 것뿐이다. 어찌 성군으로 추앙받는 정조의 죽음을 하늘이 노한 것으로 만들 수 있단 말인가.  
  "송구하옵니다. 하오나, 분명 선대왕의 죽음은 하늘이 우릴 도운 것입니다."
  대비가 심환지의 말을 받았다.
  "그렇습니다. 허나, 다시는 그 같은 말을 입에 담아서는 아니 될 것이오."
  "명심, 또 명심하겠사옵니다. 마마!"
  심환지가 먼저 명을 받았고, 이어 모두가 대비의 말에 복종했다.

  그들 모두는 알고 있었다. 대비가 그들을 앞에 두고 통곡을 했던 그때부터, 아니 홀로 약사발을 들고 영춘헌 정조 침소에 들어가 정조의 승하를 알리는 곡을 토했던 그 순간부터 그들 모두의 행동은 어찌해야 하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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