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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30회] 1800년, 화성(華城)
글/이기담(월~금 연재)
2009-11-11 10:04:32최종 업데이트 : 2009-11-11 10:04:32 작성자 :   e수원뉴스

불길 속에 묘적사의 모든 건물이 사라지고 있었다

[연재소설 30회] 1800년, 화성(華城)_1
그림/김호영

 3. 묘적사, 사라지다 

  땅바닥을 박차고 달리는 말발굽이 내는 소리가 어둠에 잠긴 천지 속에서 홀로 요란스러웠다. 재갈 물린 말의 거친 숨이 등에 탄 응덕의 온몸으로 전해졌다. 뛰는 높낮이를 따라 갈기가 휘날렸다. 곤두선 말의 근육들이 고스란히 응덕의 허벅지에 고삐 움켜쥔 손에 전이됐다. 

  한 숨도 쉬지 않았다. 화성의 서암문을 빠져나와 화성을 휘돌아 대치고개를 넘어 이백여 리가 넘는 길을 달리는 내내.
  이제 저 굽이만 돌면 묘적사의 초입이었다. 속도를 내느라 말의 등 뒤에 허리를 굽혀 붙였던 응덕이 몸을 일으켜 산 앞쪽에 시선을 주었다. 천마산과 마치고개를 지나 백봉으로 이어지는 광주산맥의 산세는 어둠 속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하늘과 맞닿은 산들의 선들만이 선명해야 할 그곳에 유난히 붉은 빛이 도는 곳이 있었다. 
  빛은 스러져가는 태양이 남긴 여운의 그림자처럼 주황빛이었다. 

  '뭐지?'
  마음속의 되물음은 불길함을 더불어 몰고 왔다. 태양이 이 깊은 밤 저곳에 숨어드는 것이 아니라면 불빛의 존재는 심히 미심쩍었다. 불길은 능선으로 드러난 몇 개의 산이 겹쳐진 가운데쯤에서 번져나고 있었다.
  '묘적사!'
  직감이 속 비명을 지르게 했다. 응덕이 등자를 세차게 내질렀다. 

  묘적사로 오르는 산길은 말이 달리기 쉽지 않았다. 길은 산을 휘도는 방향에 따라 사라졌다 나타났다를 반복했다. 계곡을 끼고 굽어지는 묘적사로 가는 산길은 아무도 밟지 않은 길처럼 험했다. 돌 위로 만들어진 계곡에서는 밤의 정적을 뚫고 흘러내리는 물소리가 요란했다. 응덕은 미끄러지는 산길을 말을 몰아 단숨에 올랐다. 그 또한 장용영 군사였다. 그 또한 이태처럼 묘적사에서 무술을 닦은 무사 출신이었다. 비록 그가 이태나 강희처럼 단련된 무사라 할 수 없다하더라도, 현의에게서 무도를 배우고 무술의 기본은 익혔다. 

  묘적사 앞에 다다랐을 때, 응덕은 자신의 불길함이 기우가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묘적사가 불타고 있었다. 불길 속에 묘적사의 모든 건물이 사라지고 있었다. 응덕은 붉은 불빛에 휩싸인 묘적사 앞에서 말을 버리고 뛰어내렸다. 

  그때였다.
  "없습니다! 사라졌습니다!"
  묘적사 안에서 터진 소리는 흥분된 사내의 목소리였다. 그 소리를 따라 대웅전 기둥 무너지는 소리가 났다. 한 사내의 쇠된 목소리가 터졌다.
  "반드시 찾아야 된다! 찾아!! 멀리 못 갔을 것이닷!"
  "예!!!"
  적어도 세 명은 넘는 사내의 대답소리가 겹쳐졌다. 

  다시 쇠된 사내의 목소리가 말했다. 
  "불이 산으로 번지지 않도록 해라!"
  응덕은 몸이 굳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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