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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39회] 1800년, 화성(華城)
글/이기담(월~금 연재)
2009-11-24 09:44:08최종 업데이트 : 2009-11-24 09:44:08 작성자 :   e수원뉴스
"나는 네가 구차하게 목숨 따위는 구걸하지 않는 무사라 여긴다. 너는 어차피 우리 손에 죽는다"

[연재소설 39회] 1800년, 화성(華城)_1
그림/김호영

 "죽고 싶으냐?"
  그러나 사내의 표정에서 두려움보다 자포자기의 그림자가 짙었다. 

  "네 무술 실력이 제법이더구나."
  강희의 곁에서 선 병길을 비롯한 현의의 제자들의 표정이 불만스레 변했다. 강희는 굳이 그들의 불만에 자신의 의도를 설명하려하지 않았다. 죽음을 눈앞에 둔 자의 마음은 공포와 포기가 공존하기 마련이다. 강희는 사내의 얼굴에서 드리워진 짙은 허무의 감정을 이용하고 싶었다. 강한 칼은 구부러지지 않는다. 무사라는 존재는 한 평생 칼과 같은 삶을 산 존재들이다. 

  "훈련도감의 솜씨는 아니던데?"
  사내는 여전히 말이 없었다.
  "김체건을 아느냐?"
  사내의 눈빛이 흔들렸다.
  "왜검에 뛰어나던데.... 김체건을 아느냐?"
  사내의 눈빛은 더 흔들렸다. 

  "나는 말이다. 가끔 무사로서 내가 가야할 길이 캄캄해질 때가 있거든. 그럴 때면 전설적인 그 분을 생각하지."
  강희는 자신의 의도가 먹혀들기를 바랬다.
  "네가 익힌 왜검과 무술이 김체건, 그 분처럼 한 나라를 구하지는 못할망정 사사로이 제 이익을 탐하는 자들에 이용되어서야 되겠느냐?"

  "저, 사형!"
  병길이 나섰다. 강희가 칼을 들지 않은 오른손을 들어 그의 말을 막았다.
  "나는 네가 구차하게 목숨 따위는 구걸하지 않는 무사라 여긴다. 너는 어차피 우리 손에 죽는다."
  사내의 눈빛이 다시 흔들렸다. 강희가 처음 그에게 던진 질문을 다시 던졌다. 

  "몇 명이 왔느냐?"
  "......."
  "오십 명이 맞느냐?"
  사내가 눈을 내리깔았다.
  "심환지가 맞느냐? 심환지는 임금을 시해했다."
  사내의 눈빛이 흔들렸다. 
  "의리에도 대의가 있고 소의가 있는 법. 심환지가 맞느냐?"

  그때였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나더니 화살 한 대가 사내의 등을 꽤 뚫었다.
  "저기다! 살아남은 놈이 있다!"
  병길을 비롯한 현의의 제자들이 화살이 날아온 묘적사 뒷산을 향해 일제히 경계를 했다.  

  그때 쓰러진 사내가 웅얼거렸다. 강희가 재빨리 사내의 얼굴에 제 얼굴을 가까이 댔다.
  "시......."
  사내의 말은 거기서 끊겼다. 강희가 다급히 숨을 확인했다. 절명이었다. 사내의 입을 막기 위한 살아남은 자의 마지막 공격이었다. 

  강희가 명했다.
  "움직인다!"
  도망간 적의 뒤를 쫓을 여유도 확인할 필요도 없다고 강희는 여겼다. 더는 물러설 곳도 없었다.
  "어디루요?"
  병길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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