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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40회] 1800년, 화성(華城)
글/이기담(월~금 연재)
2009-11-25 13:43:54최종 업데이트 : 2009-11-25 13:43:54 작성자 :   e수원뉴스

밝아오는 빛 속에 바라보는 화성, 신비로움을 품은 화성은 아름다웠다

[연재소설 40회] 1800년, 화성(華城)_1
그림/김호영

4. 물러설 곳이 없다

  어느새 동쪽 창룡문의 문루가 점 박힌 주홍빛의 나리꽃처럼 물들고 있다.
  뜬 눈으로 지새운 이른 새벽, 밝아오는 빛 속에 바라보는 화성은 한낮 무더위 속에서 보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신비로움을 품은 화성은 아름다웠다. 버들잎 닮은 화성은 오랜 시간 나라를 지켜온 고성(古城)의 위엄이 느껴졌다. 이태는 아직 제 존재보다 하늘과 맞닿은 굵은 선으로만 제 존재를 드러내는 화성을 굳은 듯 바라보고 있었다. 

  자시(亥時:밤 9-11시), 강화도 쪽으로 나가있던 화성유수 서유린(徐有隣)은 이태의 소식을 받고 성안으로 들어왔다.
  이태는 그의 명을 받기도 전, 임의로 내린 자신의 명에 대한 질책은 각오하고 있었다. 추궁하려고 든다면 이태의 행동은 반역으로도 몰릴 수 있었다. 이태 또한 이를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이태가 다급히 화성 문을 닫아건 것은 강희가 준 밀지에서 음험한 역모의 기운을 전해 받았기 때문이었다. 

  서유린은 그러나 이태를 질책하지 않았다. 아니, 그럴 여유가 없었다. 그가 도착하기 전 그에게는강희가 두 번째 보낸 밀지가 도착해 있었다.
  '훙대왕(薨大王)'
  이번에도 강희의 밀지는 짧은 사실만을 전하고 있었다. 

  밀지를 본 서유린 또한 이태만큼이나 충격에 휩싸였고, 밀지의 내용을 믿을 수 없어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갑작스런 임금의 죽음이 갖는 의문들에 평상심을 되찾지 못했다. 아직 궁에서는 임금의 훙을 알리는 어떤 소식도 도착하지 않았다. 
 
  "믿을만한 소식인가?"
  이태는 굳은 채 묻는 서유린의 첫 물음을 생각했다.
  이태는 강희의 존재를 설명했다. 그리고 강희의 밀지가 담은 자신이 생각하는 의미 또한 조심스레 덧붙였다. 서유린은 한동안 대답하지 못했다. 

  서유린의 명을 기다리는 동안 이태는 주슬해를 생각했다. 주슬해의 말들, 주슬해의 행동들, 그 말과 행동이 담고 있는 의미들을. 그러나 이태는 알지 못했다. 주슬해의 돌변한 듯한 행동이 갖는 의미들이 무엇인지를.
  "허면.... 곧 파발이 도착하겠구만......."
  한양에서 화성까지 두 시진이면 도착하니, 이제 늦어도 한 시진이면 파발은 도착할 것이다. 파발에는 각 군에 대한 비상 또한 명해져 있을 것이다. 정조의 죽음이 갑작스러웠으니 사전에 경계명령은 내려질 수 없었을 것이다. 

  "궁으로 올라가시겠습니까?"
  서유린은 대답하지 않았다. 정조의 승하가 사실이라면 정조의 장지는 이곳 화성일 가능성이 높았다.
  "일단 기다려 보지. 어차피 지금은 한양으로 들어갈 수도 없지 않는가?"  
  서유린의 말을 이태는 이해했다. 평상시라해도 지금 한양은 통행금지인 자시였다. 파루(罷漏)가 울리는 인시(寅時:3-5시)까지는 한양에 들어가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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