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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황 시인의 '황구지천 1'
詩 해설 정수자 시인
2017-10-23 09:01:31최종 업데이트 : 2017-10-29 11:30:34 작성자 :   e수원뉴스
이규황 시인의 '황구지천 1'

이규황 시인의 '황구지천 1'


가을이 서두르는지 기온 변화가 심하다. 아직 시월 중순인데 '가을 추위'라는 표현이 어울리게 시린 바람이 몸을 파고든다. 공원에는 단풍도 다 들지 않았는데 롤러코스터 날씨에 마음이 더 쓸쓸하다.

이규황(1961~1997) 시인은 1987년 '삶의 문학'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평택 출신이지만 오산에서 교편을 잡은 후 지역사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공동시집 '더 큰 사람으로 굽이치며'를 내고 활동하던 중에 간경화로 짧은 생을 마감했다. 이 시집은 선배들이 마련한 유고시집이다.

황구지천(黃口池川)은 수원천을 거쳐 서해로 흘러드는 국가하천이다. 의왕시 초평동에서 발원, 수원의 당수동·금곡동·장지동·대황교동을 거쳐 화성의 진안동·정남면·양감면으로 이어진다. 평택 진위천으로 합류하는데, 오산천·호매실천·서호천·수원천·원천천 등 수원의 소하천을 받아들이면서 흘러간다.

그 하천에서 시인은 한국적 '누이'의 역사를 읽는다. 물은 여성의 상징이기도 하니 '여성' '몸'의 이야기에 좋은 모티프다. 게다가 경기 남부를 흐르는 강물로 보면 군 주둔지 기지촌의 삶을 환기하는 데도 어울린다. 그런 점에서 시적 화자의 누이 '양갈보'는 한국전쟁의 또 다른 상흔을 깨운다.

'기지촌 비행장 활주로를 지나/서해로 흐르고' 있는 '황구지천'. 그 '기지촌 정문 앞에서 서성이던 누이'가 미국으로 건너가 '선진국민이 되었다'는 자조 어린 아이러니에 여러 장면이 겹쳐진다. 가족을 위해 희생했을 '누이'의 환영받지 못 하는 귀향, 다시 '전쟁터' 같은 삶터로 돌아갈 누이의 '선진'이 아프게 짚인다.

하지만 '저물도록 江가에 나가 물수제비' 뜨는 '아들'들은 그 '딸'들이 보내준 돈으로 '가문 위한' 공부를 하지 않았을까. 그럼에도 '우리들은' 누이를 그리워하기는커녕 오히려 그 존재를 부정하려 한다. 혼자 그리워 찾아왔다 '눈물바람으로' 떠나는 누이를 '신작로 코스모스꽃들만/이열횡대로 길섶에 나와 손을 흔들어'줄 뿐….

그보다 더 힘든 위안부 피해자들은 '환향'이 왜 여자에게 유독 아픈 것인지 되짚게 한다. 전쟁은 남자들이 일으키고 피해는 여자들 몫이라는 말처럼, 전쟁은 약자에게 더 큰 치욕과 상처를 남긴다. 사실의 기록이라는 역사에서도 그런 것은 제대로 적지 않았으니, 'history' 아닌 'her-story'로 바로잡을 게 너무나 많다.

시 속의 사연은 웬만큼 잊히고 조금은 반성한 현대사의 이면이다. 하지만 군부대 관련 문제는 진행 중이니 활주로 이전만도 난제다. 그럼에도 황금빛 논을 끼고 흐르는 황구지천에는 '마른 들풀'이 가을을 마무리하고 있을 터. 요즘같이 푸르른 날 걸으면 바람 맛이 참 좋겠다.

시해설 정수자 시인 약역

시해설 정수자 시인 약력

수원을 노래하다, 이규황 시인, 황구지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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