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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숙 시인의 '그해 입동' -수인선 협궤열차
詩 해설 정수자 시인
2017-11-03 13:42:03최종 업데이트 : 2017-11-06 09:54:18 작성자 :   e수원뉴스
박명숙 시인의 '그해 입동'

박명숙 시인의 '그해 입동' - 수인선 협궤열차


입동 앞둔 가을 끝자락은 널뛰기 날씨다. 더 불태우고 가려는 단풍을 매섭게 치다 언제 그랬냐는 듯 따갑도록 햇볕을 퍼붓기도 한다. 옷섶을 마구 헤치는 차가운 바람은 입동 예고편이었던 것이다.

수인선 풍경을 진하게 돌아보는 박명숙(1956~) 시인은 199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조로 등단했다. 한동안 뜸하더니 1999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시로 다시 등단했는데, 시집은 '은빛 소나기' '어머니와 어머니가' '찔레꽃 수제비' 등 시조만 묶어 냈다. 정형시로 길을 잡은 후에는 강렬한 이미지와 견고한 압축미로 한 개성을 이룬다는 게 중평이다.

이 시에서 '그해 입동'은 스산한 겨울의 어느 입구다. 가을이 깊어지며 외줄로 내닫는 것 같은 시간은 '수인선'의 협궤와도 딱 어울린다. 그 속에 입동이 닥치니 이제는 무를 수도 없는 겨울 앞에 서는 것. 겨울 초입에 서서 보는 '옹색한' 협궤열차 같은 '외길'은 더 가느다랗고 기다랗다. 기차가 뿜어내는 연기도 협궤를 따라 아슬아슬 멀어졌듯.

우리는 낭만 같은 것을 안고 그 기차를 종종 탔다. '개찰구 문이 열리자 내 오후도 개찰되었다'는 문장에서도 그런 일말의 설렘이 엿보인다. 그런데 시인이 만난 풍경들은 하나같이 '변두리를 돌던 일상'의 고단한 모습들이다. 그 노선에서 만난 작은 역이며 사람들이며 풀꽃들이 소름 돋우는 '입동'의 기억으로 깊이 각인되었나 보다.

시인이 되뇌는 '군자 달월 소래'처럼, 수인선에는 어촌으로 연결되는 역이 많았다. 그 덕에 장사하는 아낙들로 붐볐으니 '통로 사이'를 갖은 함지박이 메우곤 했다. 기차 안을 포구나 장터로 만들던 비린내며 삶의 곤때 같은 냄새들. 당시의 냄새가 이 시조 행간에서도 새삼 배어나온다. 곧 김장철이라 더 선연히 느껴지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진한 발효의 냄새가 가장 한국적인 냄새 아니던가.

그런데 기차가 덜컹거릴 때 동행자가 슬며시 손을 잡지는 않았는지? 연애할 때 낭만적 환상으로 협궤열차를 탄 이들은 그런 마음의 연기를 품고 있을 법하다. 누구랑 탔는지는 다 잊었어도 꼬마기차가 뿜어내던 퐁퐁 연기와 냄새와 아스라이 멀어지던 자취는 잊을 수가 없듯….

그 수인선을 복원해 곧 개통한다. 협궤열차는 아니지만 '수원↔인천' 기차를 살리는 것. 옛 추억 그리며 우정 찾는 발길도 많겠다. 느리게 목적 없이 가는 길이 점점 그리운 광속(狂速)의 시절. 그냥마냥 흔들려 보리라, 느긋이 나릿나릿.


시해설 정수자 시인 약력

시해설 정수자 시인 약력

수원을 노래하다, 박명숙 시인, 수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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