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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덕 시인의 '먼저라는 말' - 겨울 장안문에서
詩 해설 정수자 시인
2017-11-26 15:26:17최종 업데이트 : 2017-11-26 15:26:38 작성자 :   e수원뉴스
강현덕 시인의 '먼저라는 말'

강현덕 시인의 '먼저라는 말' -겨울 장안문에서


눈 소식에 설레는 마음과 달리 추위는 두렵다. 일찍 닥친 영하의 바람 끝이 매서워 겨울이 걱정스럽다. 하지만 돌아보면 자연의 변화 속에 사는 게 우리의 자연스러운 사람살이. 먼저 온 추위에 떨다 '먼저라는 말'을 다시 새겨 읽는다. 

'먼저'를 새삼 깨우는 강현덕(1960~) 시인은 1994년 중앙일보 지상시조백일장 연말장원, 1995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한림정역에서 잠이 들다', '안개는 그 상점에서 흘러나왔다', '첫눈 가루분 1호' 등을 냈다. 참신한 이미지와 묘사로 특유의 경쾌하고 감각적인 시조 문법을 구축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먼저라는 말', 거기서부터 서성임은 시작된다. 그 말에 가장 크게 울리는 것은 무엇일까. 생각할수록 겹겹의 파문을 부르니, 반가움, 설렘, 두려움, 기쁨, 슬픔 등 숱한 감정이 교차한다. 먼저란, 좋은 경우면 더 좋은 일을, 안 좋은 경우면 더 힘든 일을 동반할 수 있다. 예컨대 먼저 온 사랑과 먼저 닥친 죽음만 대조해도 얼마나 다양한 반향을 품는가.

시인은 어느 겨울 장안문에서 그 말을 새로 만났다, '밤새 지붕 위서 웅크렸던 송이눈'이 '이제 막 비질을 마친 마당으로 떨어진' 것. 장안문은 수원화성의 북문이니 서울 손님을 맞을 때면 화성에선 '먼저'에 해당하는 문이다. 그 옹성 안의 '마당'에 때마침 '송이눈'이 떨어지는 아침을 맞았다니, 시인이 수원을 찾은 여러 날 중에 잊을 수 없는 장면을 만난 것이다.

땅에 가장 먼저 닿는 눈은 어떤 느낌일까. 그런데 시인이 발견한 것은 '퍽, 하고 눈 그림자'가 '눈보다 먼저 떨어진다'는 사실이다. 화들짝 눈이 떠져 '먼저'의 안팎을 거닐다 그것은 '마음부터 먼저 보여주는 것'이라는 깨달음에 다시 이른다. 연상은 더 벋어 '그도 그림자부터 내게 온 것이겠다'는 데까지 생각이 미친다. 형상의 다른 모습을 그림자라고 하면 본체 아닌 허상의 표상일 수 있지만, 여기서는 먼저 오는 마음의 그림자라니 같이 끄덕인다.

눈 내린 어느 환한 아침에 그림자가 먼저 닿는 뜰을 그려본다. '가장 큰 마음 하나가 성큼 발을 내딛은 것'이라니, 그때 그림자는 서로의 사이에서 반가움과 설렘의 문양으로 한참 어룽이겠다. 추워서 더 깨끗한 겨울 아침에 그리운 손님처럼 눈 그림자가 나의 뜰에도 '퍽, 하고' 닿는다면, 눈 떨어지는 처마를 그냥 오래 봐도 좋으련만….

빗질한 듯 정갈하게 비질한 마당에 먼저 닿곤 하던 그림자들. 먼저 온 마음처럼 새삼 그립다. 그 속에 든 '성큼 발을 내딛은' 마음을 소중히 품어본다. 마음을 먼저 내면 꾹 닫힌 상대의 마음도 열리듯, 서로 손을 먼저 내밀면 올겨울 추위도 좀 더 눅여갈 수 있으리라.  

시 해설 정수자 시인의 약력

시 해설 정수자 시인의 약력

수원을 노래하다, 강현덕 시인, 장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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