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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봉재 시인의 '꼴값'
詩 해설 정수자 시인
2017-12-08 17:40:53최종 업데이트 : 2017-12-10 14:37:20 작성자 :   e수원뉴스
은봉재 시인의 '꼴값'

은봉재 시인의 '꼴값'


어느새 마지막 달이라 주변을 더 둘러본다. 나이만큼 세월이 간다지만 점점 빠른 '쏜살' 앞에 망연할 때가 한두 번 아니다. 그렇게 허탈할 때는 속 나누는 사람과의 수다도 괜찮은 풀이다.

수다의 한 면목을 보여주는 은봉재(1944~) 시인. 2010년 시사문단으로 등단한 후, 시집으로 '하룻길나루'와 '실가지 끄트머리'를 냈다. 특이한 이력이 있는데 00이미용학원 원장 즉 수원이발의 산 역사다. 생업에서 조금 편해진 후 그토록 그리던 시마(詩魔)에 다시 잡혔는데, 열정은 여느 젊은 신인 못지않게 뜨겁다. 
 
위 시의 배경은 수원의 시내버스, 시인이 종종 타는 1번 버스 안이다. 그곳에서 아찔한 시간을 경험하니 다름 아닌 아주머니들의 '수다 천국' 풍경이다(수다가 여자의 전유물은 아니어서 요즘은 남자 수다도 만만치 않다). 다른 승객들 전혀 상관 않고 그들끼리 주고받는 수다는 자못 끓고 넘치며 대책 없이 퍼지건만, 곁에서 듣는 사람은 고역이 따로 없다.

버스 안에 펼쳐지는 '오래된 수다 냄새'는 갈수록 가관이다. 그런 수다 주연들이 풀어놓은 내용을 이리저리 엮고 주워섬기는 시인의 사설 또한 오지다. '훅 끼친 먹다 남은 우거지된장국'부터 '시시콜콜 콩장'에서 '깨소금'에 이르면 남의 집안 살림살이에 젓가락을 두들기는 형국이다. 중첩하는 말의 잔재미로 현장감을 높이며 그 냄새까지 풍겨주는 것이다.

듣는 처지의 괴로움도 점입가경. 그만 좀 하라고 '여보세요 이보세요!'를 아무리 외쳐도 '퍼질러 똬리를 틀어대'는 수다 판은 그칠 기미가 없다. 한참 후, 그만큼 했으니 이제는 '설거지 끝났지 싶었는데' 아뿔싸 '또 뒤집어지는 수다'라, 한숨 터지는 대목에서는 보는 사람도 절로 웃음이 터진다.

그런데 '같잖은 어물전 꼴뚜기에 깜빡 거른 정류장'이 또 웃음을 물린다. 괴로운 수다 사설 참견하다 난감해진 화자의 상황이 겹치는 것. 버스 안의 '봇물 터지듯 또 뒤집어지는 수다'에 질려 제풀에 풀쩍대다 그만 정류장을 지나친 모습은 조금 느슨한 한낮 버스 안에서나 만날 촌극(寸劇)이다.

그래서 제목 '꼴값'에 아이러니가 생긴다. 버스 안에 수다 판을 편 아주머니들이나 거기에 오만상 찌푸리다 정류장 놓친 자신이나 피장파장 면박이 되기 때문이다. 흔히 '꼴값'에는 낮춰보는 시선이 담기지만, '꼴'의 옛말은 '골'로 '겉으로 보이는 사물의 모양'이란 뜻도 있어 그에 따르면 '제 모양 값'이라는 의미도 된다. 본래 저의 값이라면, 말의 내력이며 매김을 짚다 보니 걸음 끝이 무거워진다.

자신의 '꼴값'을 더 돌아보는 마지막 12월. 미처 못 푼 일은 스트레스 병 만들기 전에 수다로라도 풀 일이다. 그렇게 부담 털며 가야 한해 마무리도 더 힘내어 할 테니 말이다.  

시 해설 정수자시인의 약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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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수원을 노래하다, 은봉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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