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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신선 시인의 '소한(小寒) 무렵'
詩 해설 정수자 시인
2018-01-05 17:40:26최종 업데이트 : 2018-01-05 17:41:15 작성자 :   e수원뉴스
홍신선 시인의 '소한(小寒) 무렵'

홍신선 시인의 '소한(小寒) 무렵'


새로운 해맞이 다짐 위로 벌써 여러 날이 지났다. 소한 지나니 주변은 한층 깊어진 겨울 한가운데다. 예나 지금이나 소한과 대한 사이는 가장 춥고 깊은 한겨울. 이렇게 깊이 추울 때면 혹한을 견디기 어려운 이별이 잦아진다.

그런 이별을 그린 홍신선(1944~) 시인은 1965년 '시문학'으로 등단, 한국시문학의 지평을 넓혀온 학자 시인이다. '서벽당집' '겨울섬' '우리 이웃 사람들' '다시 고향에서' '황사바람 속에서' '자화상을 위하여' '우연을 점찍다' 등의 시집과 '홍신선 시전집', 그리고 시론집과 문학 관련 저서도 많이 냈다. 화성 석우리 시인으로 유명한 노작 홍사용의 후손답게 폭넓은 활동을 해왔는데, 현재는 계간 '문학‧선'을 발행하고 있다.

시인은 누구보다 깊은 효심의 묵묵한 실현자다. 특히 '아버지'에 대한 효성이 숨은 미담으로 알려졌었는데, '치매'라는 어려운 병환이 오래 지속된 동안에도 한결같이 아버지를 모시어 주변의 깊은 눈빛을 받곤 했다. 힘든 내색 하나 없이 덤덤한 표정이 똑 예전의 효성 지극한 선비 같아서 감동한 전언도 종종 들렸다. 시인 교수에 덧씌운 세상의 오해와 편견을 툭 터는 듯한 모습에서 웅숭깊은 '마음의 경(經)'(시인의 연작시 제목이기도 한)을 보는 듯싶었다.

그런데 결국은 떠나는 것. '팔달산 밑 외채 농가형 단층집 시멘트 담 밑에'서 마주친 '시든/쑥부쟁이꽃'의 모습도 아버지의 '종신(終身)'과 겹친다. 별다른 수사 없이 극도로 절제한 표현이 오히려 가슴을 후비듯 이어진다. '여태껏 그 무슨 말 못 할 우환에/속 태웠는지'… 안 봐도 짐작되는 말로는 다 '못 할' 그간의 사정과 심사가 거기 담겨 있다. 시인과 아버지 사이의 기나긴 병환의 시간.

'치매 앓아 왼갖 일 까맣게 잊은 듯' 요약에도 아버지의 '치매'와 수발이 길게 비친다. 정작 앓는 이보다 보는 사람이 더 고통스럽다는 치매를 놓고 간 아버지 생각이 행간에 길게 자분댄다. 비록 '잡생각 없는 단색으로 투명하다'고 할지라도, 아니 그래서 더욱 아픈 시간이 깊이 잡히는 것이다. '아버지 가신 날'이라는 마지막 줄은 그러므로 한 생의 요약이다. 한 생의 행장(行狀)을 단색으로 투명하게 마쳤다. 톺아보는 여운이야 그침이 없겠지만, 그치고자 하는 단호함처럼.

한겨울에 부모를 보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넌지시 가르치는 생 앞에 다시 선다. 그런 이별을 견뎌내며 이 겨울도 속으로 성숙하는 게다. 맨몸의 겨울나무들이 혹한 속에서 저의 싹눈 기르는 소리를 짚어보듯 말이다. 
시 해설 정수자시인의 약력

시 해설 정수자시인의 약력

시 수원을 노래하다, 홍신선 시인, 소한, 팔달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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