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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현 시인의 '골목단상(斷想)'
詩 해설 정수자 시인
2018-01-13 13:55:40최종 업데이트 : 2018-01-13 13:56:45 작성자 :   e수원뉴스
박지현 시인의 '골목단상(斷想)'

박지현 시인의 '골목단상(斷想)'


소한과 대한 사이의 한겨울. 폭설과 한파가 지구촌 곳곳을 강타한다. 노약자에게 치명적인 추위는 깊은 골목일수록 더 깊이 막막하다. 피할 데도 피할 길도 없는 골목들은 삶의 막다른 계절 같은 겨울이 어서 끝나기만 기다린다.

그런 골목을 짚는 박지현(1954~) 시인은 1996년 '시와시학'에 시, 2001년 서울신문과 부산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으로 등단했다. '눈 녹는 마른 숲에' '저물 무렵의 시' '미간' '못의 시학' 등의 시집을 펴냈다. 시와 시조를 겸하며 계간도 내는 등 활발한 활동 중인데, 최근에는 정형의 안정적인 구조화로 밀도 높은 서정을 구축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의 골목들에는 수원 정자동에서 한동안 산 시인의 경험이 녹아 있다. 하지만 어디든 삶이 어우러져 빚어내는 풍경은 비슷하려니, 정자동만 아닌 세상의 여느 골목이어도 좋을 보편성을 지닌다. 그렇게 나날의 표정들이 뭉근히 담기게 마련인 삶의 오밀조밀하고 구불구불한 골목들. 골목은 그래서 우리네 사람살이의 겉과 속을 다 목격하고 저장해가는 압축파일이다.

그래서일까, 시인은 '숨어야만 길이 되었다/굽이쳐야 숨이 되었다'고 골목을 간파한다. 특유의 속성을 묘파한 압축에 심상히 지나던 골목들이 오롯이 다가온다. 꼭 '숨어야말 길이 되'진 않겠지만, 골목에는 더 은밀한 무엇이 있지 않은가. 그런데 '굽이쳐야 숨이 되었다'는 진술은 그보다 여러 면을 환기한다. 골목이 흔히 지닌 모양새 '굽이'의 형상화에 삶의 갖은 '굽이'를 중첩해서 또 다른 '숨'을 불어넣기 때문이다.

다음 문장들은 어쩌면 골목이라는 '굽이'를 이루는 표정들의 증좌다. 골목의 단골손님인 '낙서'는 당연한 등장이겠고, '발치께 쿨럭'이는 폭설도 쓸쓸한 겨울의 그림을 부각한다. '해질녘 퇴근길을/오종종 걷는 가장들'의 '깊숙한 가슴 안쪽/골목이 꿈틀거렸다'는 전언도 그런 골목을 살아가는 그리고 살아내는 사람들의 진솔한 뒷모습으로 '굽이'를 더한다. 그런 것들이야말로 '발그레 익어'가는 봄날의 골목을 '살아갈 이유'들 아니겠는가.

소한 지나 대한 앞둔 삼동. 강추위도 때 되면 꼬리 내리는 것은 골목 표정에도 드러난다. '복사꽃 환한 봄날'모양 어둠 밝히는 등불마저 봄을 부르는데, 어찌 매운 겨울만 계속되겠는가. 엄동설한 속에서 싹눈들이 앓는 푸른 몸살소리를 듣는다. 꽝꽝 언 바람으로 써가는 골목의 역사처럼.

시 해설 정수자 시인의 약력

시 해설 정수자 시인의 약력

수원을 노래하다, 골목단상, 정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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