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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11회] 1800년, 화성(華城)
글/이기담(월~금 연재)
2009-10-16 15:14:34최종 업데이트 : 2009-10-16 15:14:34 작성자 :   e수원뉴스
"왕실의 호위무사가 될 자들이니 실력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단숨에 제압해야 할 것이다!"

[연재소설 11회] 1800년, 화성(華城)_1
그림/김호영

 

  2. 묘적사의 현의 


  그 시간, 그러니까 이태가 묘적사의 스승 현의에게 밀서를 보내던 그 시간, 아직 이태가 준 밀서를 가진 응덕이 화성을 빠져나와 동북쪽 광주를 향해 말달리고 있던 그 시간, 묘적사에는 깊은 밤의 정적이 감돌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 묘적사라는 한정된 공간을 두고 말할 때 맞은 표현일 뿐, 묘적사는 그곳을 향해 좁혀오는 한 무리의 무장한 자들의 포위망 속에 놓여있었다.

  검은복에 검은 두건을 쓴 무리는 어둠과 하나가 된 채 묘적사(妙寂寺)를 향해 소리없이 움직였다. 세 식경 전 그들은 평복인 채로 서울 흥인문을 빠져나와 중량포(中梁浦), 망우리(忘憂里)를 지나 몸을 숨긴 뒤 궁에서의 올 명을 기다렸다 움직였다.

  소식은 술시에 날아왔다. 


  '멸묘적사(滅妙寂寺)'

  '필살승현의(必殺僧賢義)'


  무리의 두목은 밀서의 글을 읽고 무리들에게 회람케 한 뒤 밀서를 불에 태워 없앴다.

  밀서를 태워 없앤 그들은 곧 검은 복장에 검은 복면으로 복장을 갈아입었고, 두목인 자의 지시에 따라 두 무리로 나뉘어 흩어졌다.


  그들은 묘적사로 들어서는 길의 초입, 월문에서 말을 버렸다.

  그들의 목적은 오직 하나, 묘적사에 사는 모든 이들을 죽이는 것이었다.

  그들의 목적은 오직 하나, 묘적사의 모든 사람들, 그 중에서도 주지 현의를 반드시 죽이는 것이었다. 


  한 식경쯤 되었을 때, 검은 복면의 한 무리가 묘적사에 있는 백봉산 계곡을 타고 흐르는 계곡을 따라 차고 올라 묘적사 앞에 다다랐다. 두 식경쯤 되었을 때, 또 다른 한 무리가 묘적사의 뒷산 백봉산 줄기를 타고 내려오다 앉은 묘적산 기슭에 이르렀다.


  그들은 그들 중 가장 발이 빠른 자를 뽑아 묘적사 경내를 염탐하게 하였다.

  묘적사는 조용했다. 비록 어둠 속이라고는 하나 석등불 빛에 보이는 사찰은 1130여년 전 원효대사가 건립한 오래된 역사만큼이나 고색이 창연했다. 흙으로 축대를 쌓아 지은 대웅전은 화려하지 않지만 기품이 있었다. 대웅 전 앞에 선 팔각 11층 석탑이 곁에선 석등의 불빛에 은은했다. 열린 대웅전 안에서 희미한 불빛이 새어 나왔다. 경내는 조용했다. 대웅전 오른쪽으로 지어진 긴 요사채의 방들은 어두웠다. 

 사내는 요사채 앞에 놓인 가지런한 신발들을 보았다. 사내는 그 신발의 개수를 대강 헤아렸다. 열여섯 켤레였다.

  사내는 한양을 떠나기 전 들었던 말을 기억했다. 

  "묘적사에는 지금 칼을 쓸만한 자들이 몇 없을 것이다. 그래도 왕실의 호위무사가 될 자들이니 실력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단숨에 제압해야 할 것이다."


  사내가 어둠 속에서 날듯 요사채를 돌아 산신각 쪽으로 움직여 올려다보았다. 그러나 그의 시선에 잡히는 것은 없었다. 가까운 나무들의 형상들만 감지될 뿐, 그곳은 칠흑의 어둠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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