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본문 바로가기하단 바로가기

상세보기
[연재소설 12회] 1800년, 화성(華城)
글/이기담(월~금 연재)
2009-10-19 10:05:25최종 업데이트 : 2009-10-19 10:05:25 작성자 :   e수원뉴스
어둠 속에서 한층 예민해진 현의의 귓속으로 이상한 소리가 다시 들렸다
[연재소설 12회] 1800년, 화성(華城)_1
그림/김호영

 

  현의는 산신각에 있었다.

  하루의 훈련을 끝내고, 저녁 공양에 이어 저녁예불까지 끝내고, 제자들이 요사채에 드는 것까지 확인한 뒤였다.


  산신각은 대웅전 오른쪽 뒤 켠 산 위에 자리하고 있었다. 숲이 울창해 작은 길은 금새 수풀에 가리워 보이지 않아 처음 오는 이는 쉽게 알지 못하는 곳이었다.

  정조를 만나 묘적사에 온 뒤로, 그의 손으로 폐허가 된 묘적사를 일으켜 세울 때 산신각도 함께 손 본 현의는 하루의 일과가 끝난 뒤면 가끔 이곳 산신각에 들러 명상을 했다. 묘적사와는 또 다른 공간이 주는 호젓한 느낌이 남다를 뿐 아니라, 인간을 떠나 산의 신과 마주한 듯한 정갈한 느낌이 좋았다.


  그런데 오늘 그는 예전과는 다른 이상한 소리, 불분명하나 불길한 느낌을 감지했다. 현의는 산신각에 켜 놓은 불을 껐다. 이제 어둠과 현의는 하나가 됐다. 현의는 가만 귀를 열고 주위의 소리들에 귀를 기울였다.

  "사사....사...투, 둑."

  어둠 속에서 한층 예민해진 현의 귓속으로 소리가 다시 들렸다.


  가끔 취침 시간이 지난 뒤, 연습을 하겠다고 요사채를 빠져나오는 훈련 제자들이 있었다. 처음 현의는 오늘도 그런 자라 여겼다. 그러나 아니었다. 가부좌를 틀고 선정에 잠긴 마음에 스며드는 기운은 남달랐다.

  "꾹꾹..."

  "사...사..악."

  이 소리들의 연원을 그는 알고 있었다. 뻐꾸기 소리, 삵쾡이가 움직이는 소리, 현의는 다시 귀를 기울인다.


  "......"

  소리가 사라졌다. 좀 전 들었던 소리는 다시 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현의의 마음에 인 기분 나쁜 불길함은 사라지지 않는다. 현의는 몸을 일으켜 산신각 정면, 낭떠러지로 이어진 작고 좁은 토방에 앉은 걸음으로 나가앉았다.

  세상 천지는 어둠 속에 까무룩했다. 멀리 하늘과 맞닿은 백봉산의 윤곽만이 뚜렷하다. 어둠은 그렇게 하늘과 땅의 두 가지의 구분만을 드러내고 있다.


  문득 현의는 화성의 이태를 생각했다. 연과 연출처럼, 혹은 바늘과 실처럼 이어 대궐의 강희가 떠올랐다. 그리고 화성에 이태와 함께 있을 주슬해도. 그들은 그가 키워낸 어떤 제자들보다 뛰어난 제자들이다. 현의는 하늘과 땅의 단순한 선들에 시선을 준 채 그들의 안위를, 그들의 미래를 생각했다. 주슬해가 마음에 걸렸다. 강희를 바라보던 눈빛이 마음에 걸렸다.

  회상은 어느새 마음의 긴장을 풀어놓았다. 하늘과 땅, 단순한 선들에 시선을 주던 현의가 어둠속에 희미한 묘적사를 내려다보았다. 묘적사의 흔적은 우거진 나무들 사이로 가려져 보이지 않았다. 묘적사에서도 산신각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쏴아~!"

  한 줄기 바람이 묘적산 나무들을 뒤흔들고 지나갔다. 그러나 그뿐이다.  

  '내가 잘못 들었는가?'

  마음의 긴장은 어느새 풀려있다. 그런데 그때였다.

프린트버튼캡쳐버튼
공유하기 iconiconiconiconiconicon

 

페이지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