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본문 바로가기하단 바로가기

상세보기
[연재소설 14회] 1800년, 화성(華城)
글/이기담(월~금 연재)
2009-10-21 16:26:40최종 업데이트 : 2009-10-21 16:26:40 작성자 :   e수원뉴스
그는 보았다. 그들의 칼에 베어 쓰러진 제자들의 처참한 죽음들을...
[연재소설 14회] 1800년, 화성(華城)_1
그림/김호영

 

 순간 벼락처럼 현의에게 하나의 일이 떠올랐다.

  불과 사흘 전 대궐의 임금 정조는 그에게 밀지를 내려 보냈다. 내용은 대궐에 일이 있으니, 훈련하던 무사 스무 명을 특별히 보름 동안 올려 보내라는 것이었다.

  '어쩌면!'

  그것이 오늘을 위해 알 수 없는 자들이 꾸민 가짜 어명이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불현듯 일었다. 그러나 현의는 생각을 진척시키지 못했다. 그럴 촌각이 없었다. 몸의 일부처럼 가지고 있던 검이 그의 손에 들려있었다.


  묘적사 경내는 어두웠다. 밤새도록 켜 놓은 대웅전 앞 석등의 불도, 경내 군데군데 석등의 불도 대웅전 부처님 앞에 켜놓은 불도 꺼져있었다. 그 어둠 속에서 적들의 잔인한 도륙은 이루어지고 있었다. 치밀하게 준비된 자들, 이곳 묘적사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자여만 가능한 일이었다.


  현의의 칼이 요사채 방 앞의 적의 목을 치고, 곁에 선 자의 들을 베었다. 현의는 또 다른 자의 팔을 베고 어깨를 쳐 내리며 적의 실체를 가늠했다.

  "박새야아!!"

  "수돌아!!"

  현의는 목소리가 병길이라는 걸 가려들었다. 죽어가는 그들을 부르는 것인지, 살아있는 그들을 살리려는 것인지 불분명했다.


  그때 누군가 소리쳤다.

  "현의다!"

  현의가 소리쳤다.

  "병길아, 불을 밝혀라!"

  불길이 솟은 건 그때였다. 마치 현의의 말을 기다리기라도 했던 것처럼 불길이 타올랐다. 그러나 그것은 석등을 밝히는 불도, 모닥불을 밝히는 것도 아니었다. 불길은 대웅전에서 솟구쳤다. 현의는 불빛 속에 드러난 적들을 보았다. 검은 옷에 검은 복면을 한 자들이었다.


  검은 옷에 검은 복면으로 자신의 몸을 감춘다는 것은 명분 없는 자들의 명분 없는 공격을 의미했다.한 번의 일갈로 현의는 그들의 눈에 보이는 숫자를 파악했다. 족히 오십은 넘었다. 그리고 그는 보았다. 그들의 칼에 베어 쓰러진 제자들의 처참한 죽음들을.


  현의가 소리쳤다.

  "지평(止平)!"

  절명의 순간에도 마음의 평정을 잃지 말라는 현의만의 말이었다.

  "피후(避後)!"

  이것은 그들이 정한 곳으로 피하라는 말이었다.


  '살아남은 제자들이여, 어서 빨리!'

  현의의 마음에 절로 기도가 일었다. 다시 적들 가운데 누군가 소리쳤다.

  "현의가 저기 있다!"

  현의가 그를 보았다. 복면에 가려진 눈빛이 어둠 속에서도 뚜렷하게 현의를 향해 있었다. 현의가  주위를 일갈했다. 적들이 현의를 향해 몰려들었다. 순식간에 현의를 가운데 두고 다섯 겹의 포위망이 만들어졌다.

  현의가 숨을 골랐다.

프린트버튼캡쳐버튼
공유하기 iconiconiconiconiconicon

 

페이지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