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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16회] 1800년, 화성(華城)
이기담, 월~금 연재
2009-10-23 09:43:03최종 업데이트 : 2009-10-23 09:43:03 작성자 :   e수원뉴스
 "지금 4백년 종묘사직이 위태롭게 되었습니다. 어찌 감정대로 행동하십니까."
[연재소설 16회] 1800년, 화성(華城)_1
그림/김호영

 

  강희가 왕후의 뒤를 따르며 주의 깊게 주위를 살폈다. 임금이 위중하다는 것을 안 뒤에도 마찬가지였지만 지금 이 순간 이후의 궐 안의 모든 상황은 나름의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을 것이다. 대신들의 거동은 말할 것도 없이 궁을 지키는 숙위군사들 한 명 한 명의 움직임에서까지도.


  효의왕후의 거처인 창경궁 통명전(通明殿)에서 정조 임금의 거처인 영춘헌(迎春軒)으로 가려면 양화당(養和堂)을 거쳐야 한다. 대궐 길은 긴장감이 팽팽했다. 오가는 궁녀들의 표정은 굳었고, 숙위를 서는 병사들의 얼굴은 상기돼 있었다. 오가는 궁녀들의 발걸음들이 당황한 듯 재빨랐다. 군데군데 모여 있던 궁녀들은 수런수런거리다 인기척이라도 느낄라치면 재빨리 흩어졌다.


  강희는 그것도 의심스러웠다. 아무리 대궐 안이 한 집안처럼 연결된 것이라고 하지만 궁은 넓고, 법도는 엄중하다. 물론 미시가 지나면서 급격히 악화된 임금의 위중한 상태를 두고 벌이는 그들만의 당혹스러움의 표현일지도 몰랐다.


  영춘헌에 가까워질수록 효의왕후의 걸음은 더욱 불안정해졌다.

  "마마, 심기를 굳건히 하시어요."

  폭 좁은 걸음으로 다급히 왕후의 뒤를 따르는 궁녀가 영춘헌을 앞에 두고 휘청하는 왕후를 부축하며 울듯 말했다.


  영춘헌에 가까워지자 여인의 울음소리가 담을 타고 넘어 들렸다.

  "아이고... 아이고...."

  강희의 온 몸에 알 수 없는 전율이 타고 흘렀다. 그것은 슬픔을 가장한 울음이 주는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주는 전율이었다. 웃고 있는 마음을 감추며 슬픈 듯 통곡하는 인간은 얼마나 사악한 존재인가, 한탄하며 강희는 재빨리 영춘헌 안을 일갈했다. 전각 앞에 신하들이 도열한 채 안쪽을 향해 무어라 말하고 있었다.


  "지금 4백년 종묘사직이 위태롭게 되었습니다. 신들이 우러러 믿는 곳이 왕대비전하와 자궁저하뿐입니다. 동궁저하께서 나이가 아직 어리십니다. 동궁저하를 감싸고 보호하는 책임이 이제 두 분께 있사온데 어찌 감정대로 행동하십니까."

  심환지였다.

  심환지 곁에는 이시수를 비롯한 신료들이 함께 있었다. 강희는 그들의 행동이 잘 짜여진 희극 같다고 생각했다.


  잠시 말을 끊었던 심환지가 다시 말했다.

  "게다가 국가의 예법도 지극히 엄중하니 즉시 대내로 돌아가시오소서."

  영춘헌 마당에서 효의왕후는 멈춰 섰다. 울고 있는 대비의 통곡과 문 앞에 늘어선 신하들의 말, 그리고 지금의 상황을 염려하는 노론 벽파 심환지의 진심이 담긴 말에서 효의왕후는 굳은 것처럼 움직이지 못했다.


  "중전마마."

  심환지 곁에 선 이시수가 먼저 중전의 등장을 알아차렸다. 심환지가 그리고, 곁에 함께 있던 신료들이 일제히 중전을 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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