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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19회] 1800년, 화성(華城)
글/이기담(월~금 연재)
2009-10-28 11:26:04최종 업데이트 : 2009-10-28 11:26:04 작성자 :   e수원뉴스
순간 강희는 그들의 품에 숨겨져 있는 검의 기운을 느꼈다
[연재소설 19회] 1800년, 화성(華城)_1
그림/김호영

 

효의왕후의 명을 받아 나온 강희는 정조의 훙을 알리는 밀지를 화성 이태에게 보낼 체와 함께 움직였다. 창경궁의 호위는 그새 배로 강화되어 있었다. 강희는 궁의 북동쪽, 정조가 아버지 사도세자의 사당인 경모궁(景慕宮)으로 가기 위해 낸 문인 월근문(月覲門)으로 나가려 했지만 제지당했다.

  "이 시간 이후부터 사람이 드나들 수 있는 문은 오직 하나, 흥화문이다."


  창경궁의 숙위 강화는 이미 이루어지고 있었다.

  강희는 창경궁의 정문인 홍화문(弘化門)을 엄히 지키는 수문장에게 표신(標信)을 내보인 뒤에야 궁을 빠져나왔다. 강희는 우선 장용영 대장 신대현을 만나기로 마음먹었다. 


  장용영 내영은 옛 이현궁터에 있었다. 강희는 창경궁을 나서자마자 체를 서둘러 보낸 다음 장용영 서문 쪽을 향해 날래게 걸었다.


  창경궁의 선인문(宣人門)에서 이현(梨峴) 동구까지는 장용영 군사들의 거주지였다. 강희는 어둠에 잠긴 그 거리를 바라보았다. 여느 때와 다르지 않았다. 그믐을 앞둔 밤하늘은 깊고 어두웠다. 낮은 구름 탓에 밤이면 올려다보이던 샛별조차도 보이지 않았다. 
강희는 일갈하듯 등 밝힌 그 거리를 보았다. 아주 잠깐 동안 자욱하고 어두운 심연 속의 한양거리가 환상인 듯 보였다. 환상인 듯 몽환적인 그 거리에 한 무리의 사내들이 걸어 들어왔다.


  순간 강희는 그들의 품에 숨겨져 있는 검을 느꼈다. 검의 날카로운 기운은 그녀를 재빠르게 현실로 돌려놓았다. 

  '한양 껄렁패인가?'

  그러나 강희에게는 그들에게 관심보일 시간이 없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어!"


  강희를 향해 내뱉어진 사내의 짧은 외마디와 스친 사내들의 얼굴을 강희가 알아본 것은 거의 동시였다.  

  "너는!"

  "희 사형!"

  그제야 강희는 그들을 분명하게 알아보았다.

  "현중아......."


  그들은 묘적사에서 무예를 수련하는 현의의 제자들이자, 강희와 이태의 후배들이었다.

  "사형을 여기서 보다니!"

  그들의 목소리에는 지금 대궐의 상황이 주는 긴장 따위는 전혀 묻어있지 않았다. 단지 우연히 만난 강희에 대한 반가움만이 넘쳐날 뿐.


  "너희들이 여기 왜 있어?"

  물으며 강희는 알 수 없는 전율 한 줄기가 재빨리 등줄기를 타고 오르는 서늘함을 느꼈다.

  "스승님이 보내서 왔어요. 우린."

  현중의 말을 받아 석대가 말했다.

  "분명 스승께서는 임금의 어명이라 했는데, 아무도 몰라요. 해서 온 김에 한양 구경 좀 하던 중이었는데."


  서늘한 소름은 곧 불길한 소름으로 분명해졌다.

  "허면 묘적사에는?!"
  강희의 되물음이 어찌나 다급했던지, 앞에 선 묘적사의 사내들의 낯빛이 뜨악해졌다. 강희가 다시 다급히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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