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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4회] 1800년, 화성(華城)
이기담, 월~금 연재
2009-10-07 10:06:48최종 업데이트 : 2009-10-07 10:06:48 작성자 :   e수원뉴스
 
[연재소설 4회] 1800년, 화성(華城)_1
그림/장병엽
 

"나라에 무슨 변괴라도 났습니까? 저들을 어디로 보내시려구요?" 

 화성에는 아름다운 누각을 인 장안문 팔달문 화서문 창룡문 네 개의 문 이외, 다섯 개의 암문(暗門)이 있다.


  웅장하게 드러난 동서남북 사대문이 위용을 드러내 적에 위압감을 주는 성 출입구의 상징이라면 암문은 이름 그대로 숨겨진 문, 비밀통로였다. 따라서 암문의 위치는 쉽게 드러나지 않았다. 성곽의 휘어지는 곳이나 후미진 곳, 혹은 나무와 숲이 무성해 잘 보이지 않는 곳에 만들어졌다.


  암문이 만들어지는 목적은 주로 적의 눈에 띄지 않게 성안의 사람들이 왕래하고, 무기나 물자들을 들고 나기 위한 용도였고, 화성의 북암문(北暗門), 동암문(東暗門), 서암문(西暗門), 서남암문(西南暗門), 남암문(南暗門) 다섯 개의 암문들 또한 이런 목적에 충실하게 만들어졌다.


  이중 서남암문은 화성의 서남쪽 서남각루 입구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다른 곳과 다르게 암문 서남각루와 이어지는 통로가 나 있고 누각이 있었다. 


  북암문은 방화수류정 동측의 후미진 곳에 있었다. 성벽이 오른쪽과 왼쪽으로 휘어 암문에 이어져 있어 성 밖에서 암문을 보면 암문은 보이지 않았다. 더구나 성의 그림자가 옆 용연 주변으로 드리워졌고, 수목 또한 무성했다, 여기에 성 안쪽의 경사진 지면은 석축으로 막고 있어서 존재조차 가늠키 어려웠다. 따라서 북암문은 암문으로서는 가장 좋은 위치였고, 암문의 모양 또한 아름다웠다.

  동장대 서쪽 뒤편에 자리한 동암문은 북암문과 비슷한 곡선형의 아름다운 모양으로 지어진 암문이었다.

  이에 비해 서장대 남쪽에 있는 서암문은 화성의 다섯 암문들 중 가장 단순한 형태였고, 암문의 흔적 또한 북암문 다음으로 비밀스러웠다. 이는 지형 때문이었다. 북암문 동암문이 성곽을 깊게 해 암문을 설치한 형식이었던 데 반해 서장대에서 서포루로 이어지는 지형은 두 암문과 같은 설계를 불가능하게 했다. 따라서 서암문의 형태는 다른 네 암문과는 다르게 성벽 옆으로 틀어 만들어졌다.


  그 서암문 앞에 이태의 명을 받은 응덕과 천수가 섰다. 그들의 품안에는 이태가 준 밀서가 들어있었다.

  "일각의 여유도 없다. 나는 듯이 가야할 것이다."

  등 뒤에 선 이태였다.

  "네!"

  패랭이에 흰무명 저고리 바지차림의 장사치 차림을 한 응덕과 천수가 합창하듯 대답했다.


  그때였다. 

  "나라에 무슨 변괴라도 났습니까? 저들을 어디로 보내시려구요?"

  경어였으되 반말의 기운이 강한 말이 그들의 등 뒤쪽에서 날아왔다. 이태는 그의 목소리를 알아차렸다. 주슬해, 그였다. 오랜 그의 친구이자, 연적(戀敵).

  "자네구만."


  선기장이라는 그의 직 대신 친구의 호칭으로 말한 이태가 그를 돌아보지 않은 채 응덕과 천수를 향해 말했다.

  "어서 가거라."

  둘이 지체없이 열린 좁은 서암문 사이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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