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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5회] 1800년, 화성(華城)
글/이기담(월~금 연재)
2009-10-08 10:32:07최종 업데이트 : 2009-10-08 10:32:07 작성자 :   e수원뉴스
주슬해는 이태가 응덕과 천수를 누구에게 보낸 것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는 듯... 

[연재소설 5회] 1800년, 화성(華城)_1
그림/장병엽


  이태가 주슬해를 향해 돌아섰다. 성안 초장들을 모이게 하는 신호를 받고 오는 길이었을 것이니 긴장된 표정이었어야 하지만 주슬해의 표정은 사뭇 조롱기가 있다. 그러나 이태는 넘기기로 마음먹는다. 그와의 관계에서 자신은 언제나 참고 이해하는 쪽이었으니까. 더구나 희를 두고 갖는 자신에 대한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므로.


  "가지. 가서 얘기하지."

  그러나 주슬해는 앞서 가는 이태의 뒤를 따르지 않는다.

  "무언가? 자네 그 태도는."

  이태의 목소리에 상관으로서의 무게가 실렸다.

  "갑작스레 비상을 명하다니요?"


  이태가 그를 뒤돌아보았다. 주슬해의 표정은 애매했다. 이태는 쉽게 그의 표정의 진의를 읽어내지 못한다. 이태는 적을 뒤에 두고 벌이는 진검승부 때처럼, 칼날에 얹어지는 바람을 느낄 때처럼, 그리고 사랑할 때 희의 얼굴을 보던 것처럼 그의 표정의 담고 있는 진실을 살피려 노력한다.


  이태는 희가 보낸 밀서를 받고, 비상을 선포하고, 자신의 두 병사에게 밀서를 써 보낸 일들의 과정을 재빨리 되돌이킨다. 불과 한 식경도 걸리지 않은 시간 동안 이루어진 일들이었고, 일의 과정 속에 주슬해는 분명 없었다. 그런데, 지금 주슬해는 그 모든 것을 아는 것처럼 말하고 있다.......


  이태가 되짚는데, 주슬해가 그런 이태의 마음을 다 안다는 것처럼 말한다.

  "묘적사 스승께 무슨 급한 용건이라고 있는 것인가?"

  이태의 마음에 순간 바람이 일었다.

  "둘을 한꺼번에 스승께 보낸 것은 아닐 거고. 한 곳은 어디지?"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것인가?"


  이태는 우선 부정하기로 했다. 주슬해의 입술 한쪽이 이그러졌다.

  "하긴 나머지 한 곳이 어디든 어차피 소용없는 일일 터이니 내 알 바는 아니지."

  갈수록 태산이라는 말은 이럴 때를 두고 쓰는 말이라는 걸 이태는 절감한다.

  "대체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것이냐구!?"

  이태의 입술의 움직임이 좀 더 커졌다.

  "숨기려 하니 내 마음을 읽지 못하지 않는가. 대결에서도 그러지 않던가."


  주슬해의 말은 이태가 응덕과 천수를 누구에게 보낸 것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다는 의미를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이태는 당황하는데, 주슬해는 더 여유로워졌다. 주슬해가 장난끼 담은 몸짓으로 칼을 뽑아 이태의 뒤쪽으로 휘돌며 대적세로 들어갔다. 이태의 분노가 폭발했다.


  "선기장! 죽고 싶은 것이냐?"

  이태가 부하로 그를 불렀다. 군대에서 상관의 명을 거역하는 자는 군율로 다스린다. 목을 벨 수도 있다. 비록 그가 같은 스승에게서 형제처럼 자라며 꿈을 키웠다고 해도. 그러나 주슬해는 이태의 말에 복종하는 대신 말했다.

  "소용없을 것이네."


  이제 이태의 인내는 산처럼 커졌다. 그런데 그가 다시 말한다.

  "스승님도 이제 더는 어쩔 수 없을 것이라구."

  주슬해가 칼을 칼집에 넣으며 이태를 향해 다가오더니 이태의 눈빛을 똑바로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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