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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8회] 1800년, 화성(華城)
글/이기담(월~금 연재)
2009-10-13 10:37:38최종 업데이트 : 2009-10-13 10:37:38 작성자 :   e수원뉴스
 "정조의 용안을 우러르던 그날의 감동을 잊은 적이 없었다"

[연재소설 8회] 1800년, 화성(華城)_1
그림/장병엽

 

  "부르는 소리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그 말에 김세징 또한 이상한 기운을 눈치챘다. 김춘득은 동정을 살펴보자 말하며 밖을 살폈다.

  "저기!"

  경추문 북쪽 담장을 향해 몸을 숨이며 움직이는 사내가 보인 건 그때였다.

  김춘득은 재빨리 곁에서 졸고 있는 김춘삼과 이복재를 발로 차서 깨워 사내의 존재를 알렸다. 넷은 거의 동시에 괴한을 향해 뛰어나갔고, 괴한을 붙잡았다.


  괴한은 정조를 암살하려 한 달 전 존현각으로 침입했던 암살자, 바로 그 전흥문이었다.

  그때, 김춘득은 열 일곱 어린 나이였다. 돌이켜보면 김춘득은 그날 밤 역모를 막아낸 공으로 사는 인생이었다. 그 공으로 승급이 되어 창창한 앞날이 보장돼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그는 병술에는 그다지 뛰어나지 못했다. 그나마 나이 40이 넘어서도 장용영 지구관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그때의 수훈과 정조에 대한 순전무결한 충성심 때문이었다.


  김춘득은 정조의 용안을 우러르던 그날의 감동을 잊은 적이 없었다. 그의 손을 잡던 임금의 따뜻했던 그 손의 느낌을 모습을 잊은 적이 없었다.

  그런 임금이라면....죽어도 좋다고, 백 번 천 번, 아니 만 번이라도 죽을 수 있다 그는 다짐했다.  그런데 지금 눈앞에서 그 임금이 위태하다 말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하늘인 왕이, 자신의 전부인 정조대왕이.


  김춘득이 다시 주슬해를 향해 묻는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주슬해는 알고 있었다. 그가 어이하여 40이 넘은 지금까지 이곳 장용영에 지구관 노릇을 하고 있는지. 주슬해가 말했다.

  "무슨 말이긴, 말 그대로 임금이 위중하다는 거지."


  주슬해의 목소리에는 놀라움이나 안타까움은 없었다. 오히려 그의 목소리에는 오랫동안 지금의 상황을, 정조의 위태로움을 기다려온 자의 희열마저 베어있다. 김춘삼이 주슬해의 멱살을 휘어잡았다. 멱살을 휘어잡으며 그는 정조의 용안을 떠올리고 임금이 위중하다면 분명 또다시 자객의 짓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누가, 누가 그런 미친 말을 해!, 누가, 누가!"

  나이가 많다고 해도, 서열을 무시하는 태도는 처벌의 대상이 된다. 이태가 주슬해의 팔을 잡았다.


  "아직 확실한 건 아무 것도 없습니다."

  춘득의 눈이 이태를 보았다.

  안다, 이태는 그의 마음을 알 것 같다. 임금을 향한 그의 충절이 얼마나 크고 지극한지 그는 잘 안다. 그는 임금의 암살시도를 눈앞에서 본 사람이었다. 왕을 향한 암살의 위험이 얼마나 쉽게 시도될 수 있는지 아는 사람이다. 불충하고 흉측한 시도를 막기 위한 삶을 산다 자부하며 살아온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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