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본문 바로가기하단 바로가기

상세보기
[연재소설 9회] 1800년, 화성(華城)
글/이기담(월~금 연재)
2009-10-14 10:28:29최종 업데이트 : 2009-10-14 10:28:29 작성자 :   e수원뉴스
 "파총관, 만에 하나 전하께 무슨 일이 있는 거라면!"

[연재소설 9회] 1800년, 화성(華城)_1
그림/장병엽

 

 이태 또한 춘득의 마음과 다르지 않다.

  10년 전, 처음 스승의 명을 받아 정조의 그림자 무사가 된 이래, 임금으로 존경을 거두어본 적이 없다. 한 인간으로서도 흠모를 저버린 적이 없다. 5년 전, 이곳 화성 장용외영으로 온 뒤에도 달라진 것은 없었다. 정조는 그에게 사내로서의 그릇이 얼마만할 수 있는지를 가늠케 해 준 주군이었다. 세상의 넓이와 마땅히 걸어가야 할 길을 보여준 왕이었다. 


  제 근본을 알지 못하는 고아로 현의 밑에서 무사로 자라란 그에게 임금이란 가닿지 못할 존재였다. 그저 이름만으로 존재를 알 뿐, 그와는 차원이 다른 존재, 인간이 아닌 존재였다.


  하지만 가까이서 그는 한 나라의 임금 또한 인간임을 알게 되었다. 임금은 자신처럼 먹었고, 자신처럼 잠을 잤으며, 자신처럼 고독했고, 자신처럼 적들과 싸웠다.


  그러나 왕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세상의 모든 권력을 가진 임금은 그가 알던 누구보다 부지런했다. "나는 천하만사가 모두 하나의 게으름 때문에 무너진다고 생각한다"고 어린 세손 시절 때 이미 말했던 것처럼 정조는 한 순간의 게으름도 용납지 않은 성실한 임금이었다.


  정조는 아버지 사도세자의 죽음을 지켜보면서, 아버지를 죽인 정적들 속에서 살아가면서도 이런 삶을 유지했다. 마음에 인 분노와 증오를 다스리며 책을 읽고 활시위를 당겼다.

  대부분의 권력자들의 삶이 그러하겠지만 특히 왕위에 오른 정조의 삶은 왕위를 위협하는, 더 나아가 왕의 목숨을 위협하는 자들과의 치열하고도 처절한 싸움의 다름 아니었다. 

  정적들로부터 자신의 생명을 지켜내면서 그들을 너그럽게 안아 새로운 조선, 소중화국 조선을 만들어가는 거대한 꿈을 실현해 나가고자 고군분투했다.


  장용영은 그런 과정 속에서 배태되었고, 화성은 그 과정에서 탄생했다.

  큰 거목은 존재만으로도 세상에 그림자를 던진다. 세상의 존재들은 그 거목의 영향 아래 어깨를 펴고, 미래를 보는 법이다. 이태는 스승과는 또 다른 삶을 정조를 통해 배웠다. 감히 우러러 닮기조차 거대한 임금을 통해.


  다만 이태에게는 춘득과 같은 맹목은 아니었다. 그에게는 다른 꿈이 있었다.

  '그렇다고는 하나, 만에 하나 김춘득의 말처럼 지금 정조의 신상에 인위적인 역모가 개입된 것이라면.......'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이태의 심장이 터질듯 뛴다.


  "파총관, 만에 하나 전하께 무슨 일이 있는 거라면!"

  춘득이 울듯 이태의 팔에 이끌리며 말하는데, 석야가 그들을 향해 달려와 초관들의 소집을 알렸다.

  "파총관님! 다 모였습니다."

  이태가 주슬해에게 명했다.

  "선기장은 따르라!"

프린트버튼캡쳐버튼
공유하기 iconiconiconiconiconicon

 

페이지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