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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10회] 1800년, 화성(華城)
글/이기담(월~금 연재)
2009-10-15 13:50:27최종 업데이트 : 2009-10-15 13:50:27 작성자 :   e수원뉴스
 이태는 순간 다섯 개의 봉화가 불타오르는 환영을 본다

[연재소설 10회] 1800년, 화성(華城)_1
그림/장병엽

 

  초관들은 서장대 앞에 모여 있다.

  어느새 버들잎 모양으로 아름답게 휘어진 성곽의 윤곽이 어둠 속에 가라앉아버렸다. 이태는 멀리 횃불 속에서 꼭 불빛만큼의 모습을 내보이는 화성의 부분들을 바라보았다. 동북공심돈(東北空心墩)가 시선에서 가장 멀리 있었다. 동북노대 곁의 창룡문의 불빛은 아름답다. 불빛에 치켜 올린 동장대 지붕의 처마가 그를 향해 웃고 있는 듯하다. 이태는 시선을 서장대의 정면으로 옮겼다. 거기 평화를 알리는 오직 하나의 불빛만 타오르고 있었다.


  화성의 봉화는 용인 석성산의 육봉과 서해안의 흥천대의 해봉과 연결돼 있었다. 이태는 순간 다섯 개의 봉화가 불타오르는 환영을 본다. 2개가 적이 나타났을 때 올리고, 3개는 적들이 경계에 가까이 다가오면 올리며, 4개는 적들이 경계를 넘어서면 올리는 게 규칙이었으니 다섯 개의 봉화가 오른다는 것은 적과 맞부딪치는 전쟁 상태를 의미했다.


  이태는 봉돈에는 어제 말려서 올린 말똥이 쌓여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화성의 최고 무장인 그가 명을 내린다면 봉화는 지체 없이 타오를 것이라는 것도. 

  이태는 불빛의 근접에 따라 제각각의 명암으로 보이는 아름다운 봉돈을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성곽보다 높아 봉돈의 모습은 장엄했다. 


  이태가 봉돈에 가 있던 시선을 돌려 초관들을 본다. 무장한 초관들이 그런 그를 보고 있었다.

  "초관 김석야!"

  "초관 유심돈!"

  "초관 강평상!......."

  이태는 그들의 점호를 받았다.

  "초관 주슬해!"

  주슬해를 마지막으로 초관들의 점호가 끝났다. 이태와 주슬해의 시선이 잠시 날카롭게 부딪친다. 이태가 슬해의 시선을 먼저 비켰다.


  "초관들은 연유가 궁금할 것이다!"

  이태의 말에 한 초관이 응대한다.

  "적의 침입입니까?"

  "아니다!"

  이태는 잠시 침묵했다.

  "전하가 위중하시다!"

  순간, 이태는 자기만큼 놀라는 초관들의 표정을 보았다. 놀라움에 터지는 웅성임이 곧 서장대 앞에 도열한 초관들을 휘어감았다.


  "전하께서 위중하시다니요? 장용대장이 보낸 소식입니까?"

  "아니다."

  주슬해가 나선 것은 그때였다. 

  "허면, 그것은 누구에게서 온 소식입니까, 파총관 나리?"

  이태는 주슬해를 똑바로 내려다보았다. 주슬해가 다시 말했다.

  "공식적인 공로가 아닌 소식이라면 그 소식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어찌 확인하겠습니까, 파총관 나리?"

  주슬해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좀 전, 그와의 사이에서 그가 한 말들이 마치 꿈속에서의 일만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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