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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화 시인의 '수인선'
詩 해설 정수자 시인
2017-07-07 15:21:03최종 업데이트 : 2017-07-07 15:21:03 작성자 :   e수원뉴스

박재화 시인의 '수인선'
박재화 시인의 '수인선'_2

긴 장마에 드나 싶으면 미리 축축해진다. 하지만 심한 가뭄에는 장마가 반갑다. 그 덕에 제발 비가 흠씬 내려 타는 논밭 좀 적셔주라고 컴컴한 하늘을 올려본다. 말라죽는 곡식들이 자식처럼 안쓰러워 밤낮 없는 농심(農心) 헤아리면 무심한 하늘도 마른장마로 지나가진 않으련만.

그럴 때 여행 얘긴 뭣하지만 스치는 길들이 있다. 그리운 길의 대명사 같은 '수인선'을 쓴 박재화(1951~) 시인도 그랬던가. 1984년 '현대문학' 추천으로 등단한 시인은 '도시(都市)의 말', '우리 깊은 세상', '전갈의 노래', '먼지가 아름답다' 등의 시집을 냈다. '대상에 대한 연대감을 수용하고 대상의 깊이를 본다'는 평을 이 시에서도 볼 수 있다.

수인선은 그리운 이름. 사라져서 더 그리운 추억의 다른 이름. 일기장에 묻어놓은 첫사랑처럼 가끔 꺼내보고 입에 올려본다. 철로가 좁아서 협궤열차라고, 흔치 않은 기차라고, 그래서 더 낭만적으로 가슴을 흔들던 시절은 마음만 먹으면 탈 수 있던 기차다. 좁은 기차 안에서 서로 얼굴을 보다, 창밖의 풍경으로 시선을 돌리다, 소래포구 가는 함지박 아주머니들의 비린내 나는 앞치마와 마주치곤 했다.

시인도 수인선의 추억이 선연한지 '보내고 싶지 않던/젊은 날'처럼 그려낸다. '입술 한 번 훔치지 못한/그 여름 같다'는 대목에서 특히 수인선의 시간과 모습이 아스라이 겹친다. '기우뚱/내 마흔 같다'고, 대상으로 곧장 직입해 들어간 도입부터 예견된 시력(詩歷)으로 보여주는 추억의 되감기다. 군더더기 없는 묘사와 최소한의 진술이 제격을 만난 게다.

똑 수인선 같은 간결한 맛. 그래서 오히려 긴 여운을 만드는 버림 끝의 간소가 맑게 닿는다. 장황한 시들 속에서 더 깊이 닿는 게 짧은 시라지만 자칫하면 공소한데 이 시는 수채화처럼 잘 읽힌다. 없어진 수인선 그리워하는 사람들 마음에도 그날의 기차 소리와 모습을 불러내준다. 작은 기차가 기적을 길게 남기며 갔듯… 지나는 들녘마다 정겨운 풍경과 이야기들을 아슴아슴 남기고 갔듯…

수인선의 추억이 짙푸른 여름 숲을 흔들고 간다. 그런데 만날 수 없는 것들은 다 그리움 너머에 있다던가. 아니 만날 수 없는 이름이기에 더 간절히 부르는 것이겠다. 그래서 시인은 이런 구절로 그리움을 그리워하도록 했나 보다. '그리움이란/아득한 날/창문을 두고/우리 서로 보내는/수화(手話) 같은 것'이라고!

그리움은 늘 아득한 것, 그렇듯 '아득한 날'은 만날 수 없을지니, '창문을 두고' 그리면서 '서로 보내는' 것. 닿지 못하는 안타까운 '수화(手話) 같은 것'이겠다. 수인선은 그런 그리움의 표상에 딱 어울린다.

칙칙폭폭 어디론가 달리고 싶은 여름날. 복원을 기다리며 오래 그려온 마음의 수인선을 타본다.

시해설 약력_ 정수자시인
박재화 시인의 '수인선'_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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