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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상만 시인의 '상추'
詩 해설 정수자 시인
2017-08-21 07:40:16최종 업데이트 : 2017-08-21 07:41:35 작성자 :   e수원뉴스
하상만 시인의 '상추'

하상만 시인의 '상추'


무덥던 여름도 한풀씩 꺾여 간다. 폭염 이긴 채소들이 저를 파릇이 돋우는 모습이 새삼 애틋이 다가온다. 그렇게 살아나는 채소들과 더불어 기운을 내며 우리 또한 가을로 가고 있다.

'상추'를 일깨워준 하상만(1974~) 시인. 2005년 문학사상 신인상으로 등단한 후, 조용히 열심히 활동하며 첫 시집으로 '간장'을 펴낸 바 있다. 일상 속의 대상을 오늘의 감각으로 써내는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참하고 서정적인 매력을 평가 받는다. 수원의 고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는 동안 지역 문화 활동에도 즐겁게 참여했다.

'밑을 따주면 더 잘 자'라는 상추는 누구나 길러봤음직하다. 잎이 유독 여려서 비나 더위에 약하지만 그만큼 또 쑥쑥 자라 우리네 여름 밥맛을 돋워주곤 한다. 텃밭이나 베란다 등에 가까이 두고 기르며 따먹어 친근한 맛이 소박한 이웃 같다. 특히 삼겹살 구울 때는 빠지면 안 되는 게 상추 아니던가.
 
그런 상추 이야기라 시는 쉬운 듯싶지만 알레고리가 또 다른 깊이를 담고 있다. 짐짓 상추들의 소소한 생존법 혹은 상추 잘 기르고 잘 먹기인 양 펼쳐놓은 시행과 행간에서 짚이는 의미가 겹을 이루기 때문이다. 그렇게 읽으면 그럴수록 우리네 학교 교육 혹은 교육 풍토를 은근히 풍자하듯 돌아 뵈는 게 많다.

'열심히 살아야 해' 혹은 '부지런한 게 좋아' 같은 상추의 대화도 우리가 지나온 시간을 반추케 한다. 국가의 가치나 목표를 그렇게 주입 당하며 '국민' '교육'이라는 긴 과정을 거쳐 왔으니 말이다. 자신의 존재 의의며 삶의 진정한 목적을 찾는 시간은 거의 없이 답안에 동그라미만 잘 치면 '칭찬 받는' 생이 되었던 것.

'서로를 비교할까?/쟤 잎사귀가 더 크구나' 같은 상추의 대화도 씁쓸한 거울 같다. 학교에서든 집에서든 비교는 우리 사회의 지병이다. 그런데 '비교할수록/결국엔 내가 좋겠지'라니, 이 또한 교육을 관장하는 입장이 얻을 소기의 목표를 환기한다. '열심히 자랄수록 열심히 내가 딴다'는 대목처럼. 상추에게는 보이지 않는 수혜자는 결국 상추라는 주체가 자신을 위해 '열심히 자'라는 게 아님을 짚어준다.

아무려나 상추는 오늘도 이파리를 열심히 펼친다. 삼겹살이 생각날 때, 시 '상추'를 얹어보면 머리가 더 아파질까. 그래도 성찰이 담긴 시는 곰곰 읽을수록 함께 깊어지니 가을이 오는 길목에 시 텃밭을 거닐면 좋겠다. 사이사이 생각의 마른 잎을 따주면 더 좋으리라.   

시 해설 정수자 시인의 약력

시 해설 정수자 시인의 약력


 

수원을 노래하다, 하상만 시인, 상추, 정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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