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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봉구 시인의 '수원화성'
詩 해설 정수자 시인
2017-09-22 14:30:31최종 업데이트 : 2017-09-25 11:13:17 작성자 :   e수원뉴스
주봉구 시인의 '수원화성'

주봉구 시인의 '수원화성'


하, 달이 참 좋을 때다. 달을 성스럽게 맞이하는 한가위가 다가오는 것이다. 그 달 아래 음영이 더 풍성해지는 성벽 길을 걸으면 최상의 산책이니 다시금 달빛을 끼고 그윽한 야행(夜行)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달을 불러보는 주봉구(1943~) 시인. 1979년 '시와의식'으로 등단한 후, '머슴새' '황토 한 줌' '아버지의 수첩' 등 7권의 시집과 시선집 '떠도는 자를 위하여'를 냈다. '탄탄한 구조와 절제미' 등이나 '우화적 풍자를 가열시킨 시정신'을 평가받는데, 수원 시편이 있어 반갑게 읽는다.

시에서 우리의 가슴을 더 파고드는 것은 '서장대 난간에 앉아' 비는 아버지의 마음일 것이다. '시오리 성벽 길을 감싸고' 도는 게 고요이든 달빛이든 별빛이든, 무엇인가를 비는 마음 곁에 와서 더 오래 서성이나 보다. 그것은 '빌어도 빌어도 부족한 소원', 아마 자손들 잘되길 바라는 게 그런 소원 아닐까.

달도 지상의 무수한 소원을 들어주느라 운행이 더 고단하겠다. 한가위 때면 빛도 더 널리 고르게 펴야겠다. 맑고 밝고 눈부신 시절이니 한층 커 보이는 달빛에 지상의 우리는 은은한 위로를 받는다. 우리네 오래된 비손들이 스며있기 때문인지 달에서는 왠지 괜찮다고 끄덕이는 눈빛을 느낀다. 달을 향해 빌고 노래하고 춤추던 옛 사람들의 마음이나 풍속이 면면이 닿아서 어머니 같은 이미지가 더해지는 덕인지도 모르겠다.

그 중에도 '수원시 영통구 큰아들 집'을 콕 집어 비는 아버지의 마음. 아들의 '높다란 아파트 꼭대기에도 걸리'길 바라는 달은 구체적 표현을 달지 않아도 짐작 가는 바 있다. 그저 아들의 앞길 훤히 밝혀주길 바라는 소원이려니, 달빛이 창문을 기웃거리면 아들도 모쪼록 아버지의 마음을 느끼길….

달이 '광교호수에 비추면 좋겠다'는 저녁에 산책하긴 먼 전라도 시인. 달빛 부서지는 '광교호수' 산책이 어려울 듯싶지만, '영통구 큰 아들 집'에서라면 달마중을 부듯이 할 수도 있겠다. 수도권 자식들 집으로 명절 쇠러 오는 역귀성도 많아지니 말이다.

달이 점점 커질 때 밤의 공원을 거니는 맛이 참 좋다. 서늘해진 바람이 스쳐가는 감촉을 즐기며 풀벌레 소리에 귀 기울이다 보면 잠시라도 여유가 생긴다. 느긋이 걸으면서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는 가을밤은 생각들이 골똘해진다. 그래서 침묵의 성찰이 깊어지는 가을밤은 어느 때보다 인문적인 시간이 된다.

가을엔… 하고 벼른 일 많을수록 산책부터 할 일이다. 분주한 마음의 줄 고르게 하는 달빛 속을 천천히 걸으면 내 안의 나와 더 오롯이 만나리니. 달마중 나온 이웃들 있으면 또한 더불어 길게 노닐 수도 있으리니.

시 해설 정수자 시인 약력

수원을 노래하다, 주봉구 시인, 수원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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