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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은주 시인의 '벌교 용역'
詩 해설 정수자 시인
2017-09-29 15:31:31최종 업데이트 : 2017-10-29 11:31:26 작성자 :   e수원뉴스
인은주 시인의 '벌교 용역'

인은주 시인의 '벌교 용역'


한가위 달이 아무리 좋아도 더불어 웃을 수 없는 사람이 많다. 집에 갈 수 없는 처지라면 말할 필요 없고, 먼 데서 돈벌이 나온 사정이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어려운 사람은 점점 어려워지며 스스로 갇히는 게 이즈음의 판이니 말이다.

그런 처지를 돌아보는 인은주(1966~) 시인은 2013년 시조시학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자유시를 한동안 써오다 정형의 매력에 끌려 시조로 돌아선 후, 정제된 형식의 깊이를 꾸준히 찾고 있다. 꽃, 나무 등 자연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문제들을 더 들여다보며 정형시의 영역을 넓히고자 애쓰는 중이다.

'벌교'는 본래 '힘 자랑'으로 유명한 곳. 그 지역을 내세우다니 용역에는 더없이 효과적인 이름이라 힘깨나 쓴다는 광고 덕 좀 볼까. 그런데 '밑천인 몸뚱이를 명함처럼 내어 걸'어도 파리나 날리는 날이 많은지, 무료하게 서성이는 '사내들이' 지나던 시인의 눈에 잡힌다. 하긴 추석 연휴 때면 그럴 만도 하겠다.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하던 것도 옛말. 때로는 '긴 연휴'가 더 딱한 처지를 만들기도 한다. '정년은 정규직만큼 낯설고 먼 나랏일'이라는 게 '오십 줄 홀아비 김씨'만의 일이 아닐 만큼 수많은 비정규직의 문제가 된다. 그리고 비슷한 형편의 사람들은 삶도 일도 '끝자락에 붙어있'는 셈이라 나날이 막막하기만 하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화창한 추석 하늘 긴 연휴가 무거운' 시절이다. 뒷골목에서 '화투 패'나 쓸쓸히 날리는 모습은 '송편 대신 놓여 있'는 '몇 봉지 카스텔라'와 다를 바 없다. 잔치판에 끼지 못 하는 소외의 그늘을 씹고 있다면 명절 연휴가 빨리 지나가기만 기다릴지도 모른다. 어머니의 명절 음식이 그리워도 선물 사들고 집에 갈 형편이 못 돼서 혼밥으로 혼영으로 자신을 위로하듯….

용역의 쓸쓸한 표정이 오래 남는 우리네 삶의 뒷골목. 그 비슷한 현장들이 점점 늘어난다니, 나아질 전망 안 보이는 현실에 비추면 달빛 산책도 그저 남의 얘기겠다. 그러나 오늘을 딛고 내일로 가는 게 삶이라는 여정이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는 말을 들추지 않더라도 누구에게나 고루 비춰주는 달빛조차 즐기지 못 하면 억울할 것 같다.

너무 긴 올 추석 연휴. 외국여행의 호기로 환호작약한 한편에는 가족이니 친구들과의 훈훈한 휴식이 있다. 연휴에는 힘든 일들 내려놓고 달빛을 그냥 즐겨보기로 한다. 스스로 힘을 내며 갈 수밖에 없을 때, 휘영청 달의 위로라도 금빛으로 듬뿍 받아보리.

시 해설 정수자 시인 약력

수원을 노래하다, 인은주 시인, 수원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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