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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영 시인의 '붉은 손'
詩 해설 정수자 시인
2017-03-24 17:48:15최종 업데이트 : 2017-03-24 17:48:15 작성자 :   e수원뉴스
권오영 시인의 붉은 손
권오영 시인의 '붉은 손'_2


정국은 어지러우나 때 맞춰 피는 꽃을 보며 위안을 받는다. 기후변화로 몸살을 앓긴 하지만 그래도 자연은 변함없이 저의 일을 하니 말이다. 실은 '너무 빠른 질문'처럼 봄도 점점 너무 빨리 닥친다. 해마다 꽃소식이 빨라지는 것도 새겨보면 꽃들의 또 다른 질문이 아닐는지.
 
권오영(1961~) 시인은 2008'시와 반시'로 등단했다. 환상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되 '현실과 밀착된' 것으로 혹은 그 사이의 경계를 기민하게 초월하며 그린다는 평이나 실존에 대한 고투의 흔적 등을 주로 평가받는다. 시작(詩作)이 꽤 된지라 그를 아는 이들은 늦은 등단에 조금 의아했지만 기대에 부응하는 작품으로 '질문'에 열심히 답을 하는 중이랄까.
 
이 시에서 '장안문''아파트 벽화'로 등장할 뿐이다. 하지만 장안문 그림 또한 '붉은 손'이 열어내기 위한 하나의 문이라는 장치로 보인다. 시적 주체는 담쟁이를 연상케 하는 대목으로 미루어 일단 그렇게 보는 동시에 벽을 기어오르는 어떤 존재로 겹쳐볼 수 있다. 벽을 기어오르는 모습이라면 담쟁이만큼 치열해 보이는 존재도 없다. 그런 특성으로 많은 시에 등장하는 단골 대상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이면에 내포된 존재는 우리 자신일 수 있음이 읽힌다. 우리 또한 현실에서 많은 벽을 맞닥뜨리거나 문을 만나 '손톱이 다 빠지도록' 어쩌면 '미친 듯이 기어올'라야 하는 존재들이니 말이다. 그것도 '벽을 바닥처럼 여기며' 올라가지 않으면 뒤처지고 마니, 아니 추락에 처하기도 하니, 오르고자 하는 욕망이나 올라야만 산다는 당위는 우리 현실의 한 조건이라고 해도 무방하겠다.
 
그런 현실 속에서 보면 '잘려진 닭발 모양으로 푸르다 못해 검은 자국'은 마치 일상 속의 '붉은 손'과도 흡사하다. 이 유사성은 '창자 사이로 반짝, 윤기 흐르던 노란 알들'로 이어지고 다시 엄마의 손으로 연결된다. 엄마의 붉은 손 역시 삶의 무수한 벽을 타고 넘어온 '붉은' 시간의 궤적을 담고 있기 때문이리라. 그러니 '붉은 손'들을 자기 앞의 생을 뜨겁게 살아내는 오늘날의 손들로 바꿔 읽어도 좋겠다.
 
지상으로 많은 새싹 손들이 올라오는 나날. 모두 자신의 앞을 헤쳐 정점에 올라볼 것이다. 작은 꽃다지도 꽃샘바람에 쓰러지지 않고 노란 융단으로 저의 일생을 펼치고 있다. 힘든 시절이지만 우리도 내 앞의 벽을 타넘으려 마음을 다잡는다. 도처의 손들과 함께 올봄도 그렇게 푸르러 가리라

권오영 시인의 '붉은 손'_3
권오영 시인의 '붉은 손'_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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