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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은숙 시인의 '가난한 축제'
詩 해설 정수자 시인
2017-04-07 18:25:05최종 업데이트 : 2017-04-07 18:25:05 작성자 :   e수원뉴스
우은숙 시인의 '가난한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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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梨花)에 월백(月白)하고 은한(銀漢)이 삼경(三更)인 제~' 배꽃과 달빛과 은하수, 흰 이미지의 연쇄가 눈부시다. '일지춘심(一枝春心)을 자규(子規)야 알랴마는/다정(多情)도 병()인 양하야 잠 못 들어 하노라~'는 구절도 아름답기 그지없다. 다정한 병은 봄이 다 가도록 도질 테고, 그 사이로 꽃잎들은 또 마구 흩날리리.
 
그런 배꽃으로 '가난한 축제'를 그린 우은숙(1960~) 시인. 1998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후, '마른 꽃', '물무늬를 읽다', '소리가 멈춰서다', '붉은 시간' 등 시집을 여럿 냈다. 단아한 정제 속에 오늘날의 사회상을 담아내는 등 정형의 현대적 서정과 영역을 확장하는 중이다. 호매실동에서 살 동안 쓴 이 시조에서도 그런 지향과 따듯한 시선을 더 볼 수 있다.
 
'영농금지'는 우리네 도시 외곽이나 자그만 산자락에서도 가끔 만나는 팻말이다. 손바닥만 한 땅이라도 있으면 파고 호박이든 열무든 심는 우리네 이웃 어른들. 산자락 아래 자투리땅도 그냥 두지 못 하니 상추, 쑥갓 등을 가꾸는 부모 마음 같은 농심(農心)을 주인이 좀 모른척하면 좋으련만. 그 채소들의 싹이며 꽃이 행인에게도 어여쁜 화단을 제공하니 말이다.
 
하지만 이 작품의 배경인 호매실동에는 좀 다른 사정이 있었다. 대대적인 개발을 앞둔 때라 시인이 본 그때가 바로 마지막 배꽃이었던 것. '허리가 휠 듯' 피워내며 '눈부신 절정의 행렬'을 이루었건만 곧 사라질 배꽃들의 축제였던 것이다. 그래서 마음껏 다 피워보려고 '아찔한/고요의 시간'을 숨이 막히도록 펼쳐놓았던가.
 
그런 안타까움에 시인은 배나무를 가져다 몸 안에 심는다. 그것은 내 안에 꽃밭을 저장하는 방식. '입안은/금방 배꽃으로/가득 찬 수레'가 되었으니 시의 향기로 길이 간직할 추억의 축제다. '그때, 과수원 앞 좁은 길 사이로/천천히 자전거를 밟고 오는 사내아이' 역시 '배꽃'의 풍경을 완성한다. 곧 뭉개져나갈 '가난한 축제'라도 그 순간만큼은 최고의 꽃잔치가 아닐 수 없다.
 
봄꽃은 빨리 진다. 낙화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벚꽃도 확 피었다 하르르 지는 모습이 보는 이들의 애간장을 녹인다. 그래도 잔별들을 뿌린 듯 흐드러진 배꽃 봄밤의 과수원에 비하랴. 은하수 속으로 가는 천상의 산책인 양 눈 시린 꽃그늘에 옛 시의 격조까지 얹어 거니는 운치는 비할 데 없이 그윽하다. 시원하고도 다디단 최고의 한국 배맛 또한 그 속에서 탄생하려니!
 
올 봄밤도 자규 울고 배꽃은 희디흰 은하수를 펼치리. 팍팍한 삶 잠시 쉬며 봄 향기도 얹어보리. 그러구러 배꽃 아래 산책은 봄밤에 매우 마땅한 유혹이다. 자규나 괜히 탓하며 꽃벗들과 더불어 오래 취할수록 더 좋을!

시해설 약력_ 정수자시인
우은숙 시인의 '가난한 축제'_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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