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본문 바로가기하단 바로가기

상세보기
김광기 시인의 '지하 이발관'
詩 해설 정수자 시인
2017-04-12 10:39:31최종 업데이트 : 2017-04-12 10:39:31 작성자 :   e수원뉴스
김광기 시인의 '지하이발관'
김광기 시인의 '지하 이발관'_2

이 꽃난리 봄날 웬 지하이발관? 갸웃거릴지 모르지만 그럴수록 더 당기는 시일 수도 있다. 햇볕 없이 사는 지하생활자가 여전히 많은 데다 추락하는 은퇴자가 늘기 때문만은 아니다. 호시절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거나 상대적 우울이거나, 힘든 봄날 많은 게 꽃날 지상과 다른 지하의 사정이니 말이다.

'
지하 이발관'에 주목한 김광기(1959~) 시인은 1995년 시집 '세상에는 많은 사람들이 살고'로 등단했다. 1999년 월간문학으로 발표를 본격화한 후, '곱사춤' '호두껍질' '데칼코마니' 등 시집을 내며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1인 출판사를 꾸려가며 평론도 더러 하는데, 투박하면서도 단단한 어조로 현실과 그 이면을 응시하는 시편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시에 등장하는 파장시장은 수원에서도 외곽에 속하는 곳. 고위 공무원들의 연수원이 가까이 있던 시절은 꽤 흥성했던 뒷이야기들이 전해지던 동네다. 이제는 한때의 번성으로 막을 내렸으니 그 많던 무슨 ''들은 어떤 변신을 꾀하며 적응하고 있을까. 아니면 어디 가서 다른 판을 다시 펼지도.

그 어간에 지하이발관이 있었다니, 시인이 갔을 때는 훨씬 전이겠다. 파장동 근처 살던 시인은 '면내 이발관' 같은 곳에 더 끌렸던가 보다. 어린 시절의 추억 어린 이발관 모습이라면 자연히 발길이 더 당겨졌으리라. '퀴퀴한 냄새, 내 유년의 구석에서 피는 곰팡내와/알싸한 비누냄새에 현기증이 난다'하면서도 그리운 냄새일 테니 말이다.

'
냄새'라는 추억은 버린다고 버려지지 않는 자신의 근원 같은 것. 뇌리에 아니 몸속에 가장 깊이 틀어박힌 흔적이자 삶의 이력서다. 어릴 때 어머니가 해주시던 음식 냄새가 평생 남아 있지 않던가. '퀴퀴한 냄새' 역시 나를 이루는 하나의 요소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 곳에 굳이 찾아들어 시간의 테이프를 되돌려보듯 이발 과정을 그리는 것은 그래서 향수와 성찰을 동반하는 일이다.

시인은 '뿌연 거울이 비추고 있는 허름한 의자'에서 옛날식대로 머리를 깎는다. 아니 '오돌토돌 돋아 있던 기억들까지' 깎이고 있다. 이발 과정의 세세한 묘사를 통해 재생하는 추억의 이발관. 아무리 '장인'의 솜씨라도 미장원 찾는 남자들 감각과는 다르련만, '파장시장 골목길' '지하 이발관'에는 그곳만의 정서가 있기에 가서 깎이며 그렸으리라.

파초(芭蕉)의 기품을 일깨우는 파장고을. '파장(罷場)'과 같은 발음으로 생긴 고충이야 파초 많이 심어 파초 동네로 띄우면 되지 않을지. 여름날 그 아름다운 파초 잎에 후둑후둑 떨어지는 빗소리 찾고 싶은 마음 아직 많으니

시해설 약력_ 정수자시인
김광기 시인의 '지하 이발관'_3

수원의 시, 지하 이발관, 김광기 시인

프린트버튼캡쳐버튼
공유하기 iconiconiconiconiconicon

 

페이지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