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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옥자 시인의 '어정 가는 막차'
2017-04-21 16:23:21최종 업데이트 : 2017-04-21 16:23:21 작성자 :   e수원뉴스 윤주은 기자

오옥자 시인의 '어정 가는 막차'_2
오옥자 시인의 '어정 가는 막차'_2

꽃비 날리는 날은 싱숭생숭 눈길도 하염없다. 떠나고 싶은 마음이 뭉게뭉게 꽃구름 따라 간다. 그럴 때 가까이 기차역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축복인가. 경부선 수원역 개통(1905년) 후 현재의 전철들로 이어지며 전국 다섯 번째 이용률에 든다는 수원역. 역시 '사통팔달' 수원다운 힘이다.

수원역에는 경부선 외에 수인선과 수여선 노선도 있었다. 오옥자 시인(1950~)도 수원 살 때 어정 가는 길이 그리웠던지 추억을 다문다문 담아낸다. 1999년 문학세계 소시집을 통해 등단한 시인은 '우물이 있던 자리' 첫 시집을 내고 과작의 시인답게 침묵 중이다. 주변 사람들의 삶 중에서도 나직한 그늘을 주로 살피고 그런 어디선가 길어낸 생의 성찰이 작품의 기조를 이루곤 했다.

시를 보면 '어정 가는 막차'가 막 그리워진다. 그것도 아담하니 정감 어린 수여선 기차로! '수원 - 화성 - 원천 - 덕곡 - 신갈 - 어정' 이후 용인과 이천의 역들을 거쳐 여주에 도착하는 수여선. 기찻길에는 저녁연기 살가운 우리네 동네가 오밀조밀 살고 있었다. 그 노선에 있던 '화성역'은 못골시장 맞은편 버스정류소 이름으로 아직 역사를 지키는 중이다.

'키 낮춘 지붕들이 섬처럼 떠 있는 곳'. 그곳이 '흑백 사진 속 어머니'가 기다리는 '고향'이라면 더 먹먹한 가슴으로 갔으리. 하지만 '저녁 연기'가 '아랫목처럼 따듯하던' 마을도 '신도시 개발' 앞에 사라지고 말았다. 마음의 고향을 위안 삼아 봐도 수도권이 고향인 사람들의 아픔은 겹치게 마련이다. 오랜 삶터에서 쫓겨나는 원주민들이 새 터를 잡기엔 너무 지난한 세상이므로.

'멱조현, 초당곡, 외촌, 내천, 어정 삼거리'를 눈에 밟히는 '아들 딸처럼 부르던' 그 길에는 정겨운 추억이 스멀거린다. 지금은 우뚝우뚝 아파트 시멘트 숲에 능선마저 낮아졌지만, 시를 쓸 당시만 해도 개발 중이었던 게다. 특히 굵은 플라타너스들이 '어깨동무를 하며/형제처럼 서'서 맞아주던 길. 수원에서 용인을 거쳐 이천까지 가다 보면 늘어선 나무들의 '어깨동무'에 콧노래가 절로 나오던 마음의 옛길이다.

올봄도 '질경이, 토끼풀, 쑥이랑 애기똥풀'은 피어나고 있겠다. 지상에서 밀려날세라 매연 꾹꾹 삼키면서도 제 씨앗들 퍼뜨리리. 먼지 쓴 들꽃들의 발돋움을 생각하면 차로 지나치기가 미안할 지경이다. 그래서 가끔은 풀꽃 기르던 그 '사람들 발소리'로 흙길을 찾고 싶다. 그렇게 걷다 수여선 같은 기차를 탈 수 있다면!

어정 가는 막차에 마냥 어정대는 마음을 실어본다. 길가 꽃들의 배웅을 받는 짧은 봄날 같은 칙칙폭폭 수여선…. 희미해진 이름의 마을과 길들을 가만히 또 불러본다. 

오옥자 시인의 '어정 가는 막차'_3
오옥자 시인의 '어정 가는 막차'_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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