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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솔 시인의 '처마'
詩 해설 정수자 시인
2017-05-08 10:14:41최종 업데이트 : 2017-05-08 10:14:41 작성자 :   e수원뉴스
박현솔 시인의 '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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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빨리 간다. 초여름 같은 날씨에 때 이른 분수가 솟으며 아이들 웃음소리로 공원도 더 푸르게 흔들린다. 아직 연두 초록 속인데 도처가 여름 장면이니 올 여름은 얼마나 길고 더울지 지레 걱정이다.
 
그럴 즈음 찾았던지 박현솔(1971~) 시인도 만석공원에 대한 시를 보여준다. 1999년 한라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시인은 시집으로 '달의 영토', '해바라기 신화' 등을 펴냈다. 제주 출신답게 제주의 신화를 시적으로 탐색하는 재구성이나 무의식의 심층을 길어 올리는 작업 등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만석공원은 정조의 정신이 담긴 곳. 1795년 화성 축성 때 농사에 쓸 저수지 축조로 쌀 1만 석을 더 생산한 만석거(萬石渠)를 중심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한때 일왕저수지나 교귀정(交龜亭, 공원에 있던 정자)으로도 불렸지만, 만석공원 조성 후에는 북수원의 휴식처로 자리를 잡았다. 도서관이며 야외음악당도 갖췄으니 문화와 놀이와 운동에 좋은 시민의 공간으로 거듭난 것이다.
 
그런데 비를 만난 공원은 '어디에도 처마는 보이지 않는' . 여기서 시인은 공원의 본래 모습과 다른 '처마'의 역할을 찾아 펼친다. 사실 공원은 큰 건물이 별로 없는 곳이니 지붕의 아랫부분인 '처마'가 없는 것도 당연하다. 그런 당연함을 뒤집어보는 게 바로 시인의 눈, 그를 따라 다시 보면 공원이야말로 지붕 없는 생들이 너무 많은 곳이다.
 
벚나무는 키도 큰 데다 자신이 작은 생명들의 처마이기도 하니 처마 없는 게 당연할 수 있다. 하지만 '과자봉지 안/달콤함을 탐하느라 정신없는 개미떼들'이나 공원의 오랜 식솔인 '비둘기', '오리' 또한 처마가 없는데 매우 힘들어 보인다. '사람들이 흘리고 간 발자국들'도 처마랄 게 딱히 없는 맨 바닥의 자국이니 소나기 속에 수습이 난감하다.
 
그렇게 갑작스러운 비에 '안절부절' 못 하는 길은 처마의 또 다른 노릇을 짚어준다. '때론 달콤함이 처마가 되어주기도 하'듯 처마의 다양한 역할을 환기하는 것이다. 개미떼를 내려다보며 뇌는 이 말은 우리에게도 '달콤함'이 강한 유혹의 처마임을 일깨운다. 얼마나 많은 끌림과 홀림이 달콤함이라는 매혹에서 비롯되는가.
 
소나기가 불러온 처마 생각이 우리네 삶의 처마로 확장되는 것은 이 시의 묘미다. 공원 생명들의 빗속 우왕좌왕은 평소의 생태건만 처마를 상정하고 보니 가려줄 그 무엇 없는 존재들에 대한 연민이 짚이는 것이다. 거기에 어버이라는 큰 처마를 가진 사람과 잃은 사람의 처지도 대비시켜 보게 되는 것은 어버이날 즈음인 때문이겠다.
 
연꽃이 만석처럼 피는 만석공원. 생의 처마를 돌아보게 하는 시를 따라 거닐기 참 좋은 곳이다. 서정주의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를 읊조리면 더 그윽한 마음의 연꽃도 만나리. , '연꽃/만나러 가는/바람 아니라/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정수자시인의 약력
박현솔 시인의 '처마'_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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