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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형렬 시인의 '나혜석을 보는 나혜석'
詩 해설 정수자 시인
2017-05-22 09:57:06최종 업데이트 : 2017-05-22 09:57:06 작성자 :   e수원뉴스
고형렬 시인의 '나혜석을 보는 나혜석'
고형렬 시인의 '나혜석을 보는 나혜석'_2



초여름 노천카페가 펼쳐지는 나혜석거리. 많은 이들이 바람의 감촉을 즐기며 맥주를 마신다. '가맥'(가게 앞에 앉아 마시는 맥주)의 오붓한 맛도 좋지만 시원스레 펼쳐지는 나혜석거리 노천맥주만 하랴.
 
고형렬(1954~) 시인은 1979'현대문학'으로 등단한 중견다운 위상을 보여주는 시인이다. 끊임없는 창작과 새로운 시적 개진으로 '대청봉 수박밭', '해청', '사진리 대설', '성에꽃 눈부처', '김포 운호가든집에서', '밤 미시령', 장시집 '리틀 보이', 동시집 '빵 들고 자는 언니' 등 여러 권의 시집을 냈다. 일찍이 리얼리즘의 시적 성취로 평가받았지만, 일본 원자폭탄 문제를 전면적으로 다룬 장시집 '리틀 보이'는 한국시문학사의 큰 자취로 회자된다.
 
이 시에서는 시인이 나혜석거리와 그곳에 세운 석상이며 동상을 더 부각하는 듯하다. 그런 기림이며 기념()에 담긴 나혜석이 '자신을 쳐다보는 나혜석을 모르는 나혜석'으로 부조되는 것이다. 이는 '자기 앞의 전기 나혜석'이라는 해석에서 확연해지는데 이 구절에 부합하는 모습이 효원공원 쪽 석상이기 때문이다. 어머니 나혜석을 표현한 한복의 석상 앞에 십여 줄의 전기(傳記)로 요약한 생. '나혜석은 자신의 시간을 해체할 수 없다'는 문장도 그런 기념()로 고정된 세계에서 비롯된 해석으로 보인다.
 
'자신의 어머니 같은 나혜석의 후기 생' 역시 비슷한 맥락으로 보이는데 나혜석 이후 역시 크게 달라지지 않은 한국 여성들의 문제들을 환기한다. '이제 자신을 잊어가는 부조의 나혜석'이라는 되짚어보기도 그와 무관치 않는 진단의 표출일 것이다. 그 맞은편에 '핸드백을 팔에 걸고 하늘로 솟아버릴 듯' 서 있는 나혜석 동상 또한 '멀리 나앉아버린 생'의 모습으로 귀결되니 말이다.
 
'두 손 포갠, 조용한 망각의 한 여자'로 읽힌 나혜석은 그러나 끊임없이 망각을 건너고 있다. 나혜석학회까지 만들어 그녀의 삶을 이룬 미술, 문학, 여성운동 등 삶을 규명하는 것은 물론 나혜석미술전과 생가 터의 나혜석 예술제 등으로 다양한 기밀과 재조명으로 되살고 있기 때문이다.
 
선각과 열정의 나혜석. 비범했으므로 그녀의 생은 평범한 여성보다 더 힘들었다. 하지만 수원의 인물로서는 가장 행복한 기억의 사례라 하겠다. 물론 그 정신이 '후기의 생' 즉 이후 많은 여성들의 삶 속에서 실현되고 아직도 현저히 낮은 우리의 여성 인권과 평등을 더 견인하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거리에 앉아 바람 맞기에 더없이 좋은 저녁. 벗들과 일잔 하고 나혜석을 돌아보자면 돌아오는 발걸음이 조금 무거울까. 그래도 지금 이곳의 문제들을 짚고 더 나은 길을 찾는 게 일잔 뒤의 즐거운 바람이려니

고형렬 시인의 '나혜석을 보는 나혜석'_3
고형렬 시인의 '나혜석을 보는 나혜석'_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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