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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기 시인의 '산드래미 연가'
詩 해설 정수자 시인
2017-05-29 09:26:24최종 업데이트 : 2017-05-29 09:26:24 작성자 :   e수원뉴스
김준기 시인의 '산드래미 연가'
김준기 시인의 '산드래미 연가'_2


여름에 들어섰다. 곧 피서용 먹거리며 물품들이 줄줄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점점 뜨겁고 길어지는 여름, 더위는 얼마나 극심하고 장마는 또 얼마나 세차게 휩쓸고 갈지…. 벼포기 푸르게 넘실대는 들녘을 보면 지레 걱정도 스친다.

산드래미 장마를 보여주는 김준기(1958~) 시인은 1977년 '무풍지대(無風地帶)' 동인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수원 토박이다. 1995년 '오늘의 문학' 신인상을 통해 시작(詩作)을 본격화한 후 '반나절의 꿈'과 '간재미 보살' 등 두 권의 시집을 냈다. 그림과 사진 쪽의 작업이 많아 과작인가 싶은데, 시도 대체로 짧고 간명한 전통서정시 양식에 여백이 많은 특징을 보인다. 
산드래미, 입에 참 잘 붙는 말이다. 'ㄴ, ㄹ, ㅁ' 음이 유포니(euphony) 효과를 절로 얹어주는 아주 시적인 동네이름이다. 한자로 바꿔 놓은 '산남리(山南里)'보다 얼마나 어여쁘게 감겨드는가. 게다가 '연가'를 붙이니 '산드래미' 자체가 지니는 부드러운 운율의 맛에 운치를 한층 더한다.

그 '산드래미 냇가'에서 시인은 '까막 고무신 한 짝'을 잃어버린 적이 있나 보다. 그 어느 여름을 유독 되작일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해마다 펄펄 뛰는 '황톳물'이 닥치면 뭔가 떠나보내는 일이 있었다. 그럴 때 우리 대부분은 고무신 따위를 개울물에 잃어버린 경험을 갖고 있다. 그 신발이 새것이면 며칠 동안 잠도 못 자고 끙끙거렸으니, 먼 훗날 꿈에까지 문득 나타날 정도였던 것이다.

시인도 냇가에서 떠나보낸 고무신 한 짝이 못내 그리워 '쉰 굽이'를 돌아가도 자꾸 돌아보는 게다. '냇가에서 잃어버린 까막 고무신 한 짝'의 기억. 그런데 어디 고무신뿐일 것인가. 옆에 쫄래쫄래 따라다니던 갈래머리 여자 아이도 있었을지 모르니, 그 소녀 역시 어디론가 멀리 보내지 않았을지. 그렇게 누군가를 보내며 잃으며 우리는 생의 굽이를 돌아 여기에 이른 것이다.

'한 짝 고무신을 찾아' 여직 헤매는가. 그렇다면 그것은 고무신을 넘어 청춘이거나 첫사랑이거나 문학일지도 모른다. '또 몇 굽이 더/돌아//다다른 냇가에 놓인 호드기/하나'라는 대목에서 그 이상의 의미가 짚이니 말이다. 봄에 물오른 가지를 꺾어 만드는 '호드기', 고무신은 물론 서정시와도 절묘하게 어울리는 가느다랗고 애틋한 음률의 버들피리니 그럴 수도 있겠다.

그런데 호드기만 있다면 그것은 시인의 운명? 제시만 해놓은 상태니 어찌 읽어도 무방하리라. 한 조각 추억이 호드기처럼 여릿하게 기다리고 있는 그림인지도. 아무려나 내가 잃어버린 '까막 고무신', 어린 시절의 사금(謝金) 같은 여름날은 어디 모여 반짝이고 있을까. 

시해설 약력_ 정수자시인
김준기 시인의 '산드래미 연가'_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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