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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규 시인의 '방문기(訪問記)'
詩 해설 정수자 시인
2017-06-01 17:55:44최종 업데이트 : 2017-06-01 17:55:44 작성자 :   e수원뉴스
김대규 시인의 '방문기(訪問記)'
김대규 시인의 '방문기(訪問記)'_2


오래 전 시인의 방문기에 가슴이 더워진다. 우묵한 마음 어느 안섶에서는 눈물도 핑글, 고인다. 그러다 묘하게 웃음도 비죽이 터진다. 시적 고찰에 따른 '감성 국부론'이라도 한 편 읽은 양.
 
고색창연(?)한 방문 영상을 찍어 보이는 김대규(1942~) 시인은 안양지역의 원로다. 1960년 시집 '영(靈)의 유형(流刑)'으로 등단한 후, '흙의 사상' 등 18권의 시집에 '사랑과 아포리즘 999' 등 다수의 산문집과 '무의식의 수사학' 등 여러 권의 평론집을 내는 등 문필활동이 매우 활발했다. 문인으로는 드물게 라디오프로그램 '사랑의 팡세' 대담으로 유명했을 뿐 아니라 100만부(같은 제목의 산문집) 이상의 베스트셀러로 회자된다.
 
이 시에서 수원은 전면에 드러나지 않는다. 그런데 새삼 읽는 것은 임병호 시인 댁(연무동 150번지 27반) 방문기인 까닭이다. '월 3천원의 단칸방'을 그것도 '더 기쁘라고 예고 없이 찾아갔다'니, 과연 시인들의 방문답다. 시에 취해 시밖에 모르던 시절의 호기 어린 만남은 대저 이러했던가. 게다가 '곤한 낮잠'의 시인도 아내의 살림 걱정쯤 개의치 않고 술상부터 내다니, 그야말로 뼛속까지 시인 아닌가!
 
'짝이 안 맞'는 '젓가락들'에 '한 가지뿐인 김치를 열심히 집'는 모습은 한 편의 흑백 다큐 같다. 술잔 부딪는 소리며 호방한 웃음까지 잡힐 듯한 분위기. 그런데 '김치는 지독히 짜기만 했다.'는 대목에 가슴이 쿡 받히며 '빈가(貧家)의 반찬은 짠 법이라는' 그 시절의 안팎을 되돌려본다. 그럼에도 '술상이 빨리도 들어왔'으니, 대접의 예는 버젓했다. 지금 같으면 내쫓길 남편 아닌지, 짠한 가운데 웃음이 에돈다.
 
감동의 백미는 '그 책이 어서 나오기를' 빌어주는 마지막 대목이다. 그리고 '삼천리에 퍼져서 기다리고 있는/미래의 독자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서/내 친구 집의 반찬은 자꾸 짜야만 한다.'는 따듯한 역설이다. 반찬값 아껴서 시집 내야 하는 처지에 크나큰 힘을 실어주는 선배시인. 그래서 가난했던 시절 문학은 더 치열하고 아름다웠나 보다.

그때 '뒤켠에 물러앉은 조무래기들'은 어찌 됐을까. 시인의 예단대로 예술 '국부론'을 써나가고 있으니 동시, 섬유공예 등 딸들이 예술인으로 자랐다. '야! 하고' 불려도, 어려운 시절에도, 말없이 술상 내던 시인의 선한 아내도 잘 키운 '조무래기들' 덕에 노후가 편한 듯하다. 참, 김대규 시인은 훗날 이 시를 너무 '가난' 일변도로 몰았다고 '뒤늦은 사과'를 위의 책에 붙였지만, 시인과 아내는 웃으며 돌아보리라.

장미가 한창이다. '옆집의 꽃향기로/자기 집 담의 엉성함을 자랑'한 시인처럼 해보자. 옆집 장미라도 경계 없는 향기로 마구 꼬드기면 우리 자랑 아닐거나. 그마저 술을 부르는 핑계요 안주 거리. 모름지기 시인이라면 그쯤은 당연하거니, 나아가 '높고 외롭고 쓸쓸한'(백석) 서로의 지음(知音)이거니!

김대규 시인의 '방문기(訪問記)'_3
김대규 시인의 '방문기(訪問記)'_3

수원의시, 시해설, 수원시, 정수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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