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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화시인의 '장안경로당'
詩 해설 정수자 시인
2016-12-23 15:04:07최종 업데이트 : 2016-12-23 15:04:07 작성자 :   e수원뉴스
서정화시인의 '장안경로당'_2
서정화시인의 '장안경로당'_2


장안동은 화성(華城) 안에서도 아주 오래된 동네. 오래도록 안녕하길 바라는 의미의 '長安'을 달았으니 더 편안해야 할 것 같다. 그런데 다른 곳에 비해 발전이 뒤처진 편이고 퇴락의 느낌이 많았다. 화성의 아름다운 보존을 위해 건축 등의 규제를 더 받은 때문이다.
 
그 동네 주민인 서정화(1977~) 시인은 2007년 백수시조백일장 장원과 나래시조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수원에 와 결혼하고 정착하면서 그간의 길에서 다시 일어나 이 시집을 내고 두 번째 시집 '나무 무덤'도 바로 냈다. 환경 파괴 같은 문제적 현장을 남편과 다니며 같이 보고 겪은 것들을 현장감 있게 담아내는 등 시적 영역을 넓혀가는 중이다.
 
경로당은 노인들이 남은 날들의 하루하루를 보내는 곳. 더욱이 예부터 성안 마을이자 오래된 동네로 꼽혀온 장안동의 경로당이야말로 노인들이 모여 화투로 시간을 많이 보낼 듯한 곳이다. 그 안팎을 오가며 경로당을 찾기도 한 시인은 노인들의 하릴없는 놀이판을 해학적으로 그려낸다.
 
재담과 개그를 오가는 표현들은 화투판의 흥을 돋우며 보는 사람도 들썩거리게 한다. 표현들이 서로 어울려 생동감과 색다른 재미를 이루는데 주로 열거와 반복을 통해 얻는 주워섬김의 효과다. 하지만 흥겨운 화투놀이도 혼자 보내기 십상인 겨울밤을 잠시 잊게 하는 낮 동안의 즐거운 판일 뿐. 그런 사정을 짐작하는 눈에는 경로의 쓸쓸한 이면이 더 짚인다.
 
스러지는 햇빛은 적막과의 긴 대면을 예고하는 소리다. '오늘도 끗발 세우려다 어느덧 해는 지고.' 이 반전의 종장은 노인들이나 시인이나 작품이나 모두의 속에 감춰진 의미심장한 한 패다. '홑껍데기' 같은 경로당 노인들의 모습을 전면에 드러내며 쓸쓸하기 짝이 없는 노후를 효과적으로 비추기 때문이다.
 
저물어가는 노인들의 '끗발' 없는 상황. 그것을 해학 속에 감추고 있다가 슬쩍 내비치는 구절이나 행간에는 은근한 비판도 들어 있다. 특히 장안(長安)이라는 이름 속의 소망을 돌아보면 아이러니의 효과도 있다. 게다가 이런 화투판이 우리나라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을 노인들의 현실임을 돌아보면 뒷맛이 더 씁쓸하게 남는다.
 
겨울이면 노인들은 더 춥고 아프고 외롭고 어두워질 것이다. 광장에 나와 촛불을 드는 백발성성한 이들도 형편은 엇비슷할 것이다. 그럼에도 백만 분의 일이라도 사죄하고 싶어 나온다는 1번 찍은 손의 외침도 있다. 그렇다고 화투나 치며 소일하는 노인들을 통틀어 말하면 곤란하니, 딱히 할 일 없는 연명 같은 노후의 사정 또한 있기 때문이다.
 
장안동에 대한 선입견은 생태교통페스티벌 후 보기 좋게 바뀌었다. 관광객의 골목 투어가 날로 늘어날 만큼 아름다운 벽화며 예쁜 가게들이 동네를 환히 밝히는 것이다. 몇 년 전의 장안동과는 딴판이 된 장안동의 변신에 수원시민들조차 놀란다. 그래도 집집이 난방은 아파트보다 허술할 것이니 겨울은 더 춥고 길 것이다.
 
그런 판에 화투라도 없으면 노후의 쓸쓸한 나날을 어찌 견디랴. '공산은 어디 갔는지 철새가 훨훨 날아가고' 놓쳐버린 손이나 '숨겨둔 고도리'를 꺼내며 웃는 손들에게 손뼉이라도 보내고 싶은 겨울이다. 모두 덜 춥고 덜 아프게 이 겨울도 잘 보내길 바라며-.

서정화시인의 '장안경로당'_3
서정화시인의 '장안경로당'_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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