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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영 시인의 '장안문'
詩 해설 정수자 시인
2017-02-03 17:50:03최종 업데이트 : 2017-02-03 17:50:03 작성자 :   e수원뉴스
홍순영시인의 장안문
홍순영 시인의 '장안문'_2


장안문은 언제 봐도 헌걸차다. 위풍당당한 헌헌장부의 품격 같다. 물론 수원화성으로 들어오는 첫 번째 관문으로 소임도 엄중한 만큼 공을 많이 들인 까닭이겠다. 볼수록 '장안(長安)'이라는 뜻이 되새겨지는 장한 문이다.
 
그 곳에 서린 사내의 궤적을 그린 홍순영(1963~) 시인은 2011'시인시각'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등단 후 바로 '우산을 새라고 불러보는 정류장의 오후'라는 첫 시집을 냈으니, 등단까지의 습작이 퍽 길었던 것으로 보인다. 남다른 관찰력과 응집력으로 삶의 사소한 영역을 확장시킨다는 평을 받고 있다.
 
시인이 이 시에서 더 들여다보고 있는 것은 한 사내의 깊은 슬픔이고 그 슬픔의 연원이다. 그것은 '아들의 기억 속에 스스로를 유폐'시킨 아버지로부터 비롯된다. 아버지 사도세자의 참혹한 죽음에서 평생 헤어날 수 없는 운명을 걸머진 사내 정조. 그 아버지의 해원(解寃)을 위해 나아가 나라를 바로잡기 위해 정조는 거의 초인적인 노력과 정성을 들였다.
 
그러한 삶의 궤적이 장안문에서도 읽힌다. '발이 묶여 있다는 것, 그것은 갇힌다는 것의 또 다른 형식'이라는 해석은 정조가 아버지 죽음에 얼마나 깊이 묶여 살았는지 보여준다. 우리도 어떤 치명적 기억에는 갇혀 살지만, 뒤주에서 8일 만에 굶어 죽은 아버지의 피맺힌 절규라면 어찌 쉽사리 벗겠는가. 게다가 그것이 관련 신하며 집안이며 나라의 운명을 좌우하는 위중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음에야.
 
그래서일까, 안과 밖이 마구 바뀌는 판에 '홀로 제자리를 지킨다는 것은/돌의 심장을 갖는 일'이라고 한다. 이 문장은 돌처럼 굳어버린 심장이 아니라 흔들림 없는 굳센 심장의 수호다. 수백 년이 지나도 뜻을 꺾지 않는 사람에게나 해당하는 지엄한 지킴이다. 신념이라고 내세운 것도 허투루 바꾸거나 마구 뒤집는 판이라 지조라는 말조차 새삼스러워졌으니 말이다.
 
아버지, 라고 편히 부를 수 있었다면 그는 '막혀가는 목소리로 아버지를 부르'지 않아도 됐을 것을. 좋은 품성대로 효를 행하며 다복했을 것을. 그런데 누구보다 왕성하고 장수했던 영조의 손자로 세상에 나왔으니 헤쳐갈 일이 너무나 크고 많았다. 그 덕에 목숨 건 극기와 공부로 나라의 비약적 발전이라는 역설도 쓰고 갔다.
 
장안문이 오늘따라 덩그렇다. '기억의 뒤주 속을 뒤지던 늙은 아이가/달빛 아래 잠꼬대'를 하는지, 이명 너머 문루를 다시 올려본다. 뼈아픈 역사가 '장안'의 삶을 새로 쓰는 힘이기도 했으니.

정수자시인의 약력
홍순영 시인의 '장안문'_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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