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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향 시인의 '그냥 문구점 - 송죽동'
詩 해설 정수자 시인
2017-02-24 14:35:05최종 업데이트 : 2017-02-24 14:35:05 작성자 :   e수원뉴스
김선향 시인의 '그냥 문구점 - 송죽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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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 지나면 봄기운이 완연해진다. 그래도 겨울 끝자락을 치고 가는 추위가 아직은 더 있다. 몇 번씩은 일찍 피는 꽃들을 괴롭히는 봄눈이 칠 테고, 풀린 강이며 개울에도 살얼음을 다시 입히기도 할 게다. 그럼에도 봄은 와서 도처가 분주하니 이월 끝자락은 그 중에도 진학 준비 등으로 꽤 바쁠 때다.
 
봄맞이가 도드라질 문구점. 그런 어느 문구점을 그려낸 김선향(1966~) 시인은 2005년 실천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등단 후 잠시 작품 활동이 뜸했는데 재개한 활동이 최근에는 더욱 활발하다. '여자의 정면'이라는 첫 시집에서 페미니즘의 확대라는 주목을 받았듯, 여성과 사회적 약자의 문제를 많이 다루는 편이다. 수원다문화센터에서 이주민여성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것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 시의 '그냥 문구점'이라는 소박한 제목은 묘하게 마음을 잡아당긴다. 송죽동에 사는 시인이니 그곳의 한 이웃 문구점이거나 어느 학교든 교문 앞의 작은 문구점이어도 상관없다. 문구점, 그 이름을 달고 있는 곳은 모두 우리 모두의 추억을 담고 있으니 그리움에 젖을 수도 있겠다. 학교를 다닐 때나 학교를 다 마친 지금이나 문구점을 지나다닌 시간들이 오밀조밀 모여 사는 곳이기 때문이다.
 
교문 앞에 자리 잡게 마련인 문구점은 작아도 없는 게 없는 만물상. 온갖 공책과 연필, 볼펜, 크레파스, 색종이, 고무찰흙 등 학교 공부에 필요한 자료는 다 갖춰야 하니 많은 물건들이 알록달록 쌓이게 마련이다. 그 속의 새로운 학용품에 홀리거나 뽑기 같은 요행수에 걸리거나 쉽게 지나칠 수 없는 곳. '복사기'가 없던 시절에는 '문방구'로 불렸던 것 같은데 시 속의 '그냥 문구점'도 그런 많은 문구점 중의 하나를 잔잔히 보여준다.
 
'우리 동네 어귀 문구점 하나/큰아이는 개수대에서 이를 닦고/작은아이는 밥상 위에서 색종이를 접는' 모습은 소박하고 정겹다. 하지만 '다리 저는 여자'로 간단치 않은 삶을 짚어준다. '사각사각 무를 자르다/복사기 옆으로 날래게 움직'이는 여자의 남편은 또 '낮은 백열등 아래/더 낮게 웅크리고 앉아/목도장에 이웃들의 이름을 새기는' 사람. 얼핏 평화로워 보이는 '문구점'의 저녁은 이렇게 삶의 고단함을 되작이게 한다.
 
'낮게 웅크'린 채 건너는 나날. '공책과 스케치북 사이 묵은 먼지''어깨를 들썩이'게 하고 제자리에 앉히는 구절도 비슷한 처지들의 은유다. '곁방과 쪽부엌이 딸린 문구점'의 풍경은 볼수록 수채화 같은 여운으로 오롯해진다. '밤이 늦을수록 불빛 환한' 모습으로 따스하게 그려내는 데서도 연유할 것이다. 힘든 상황을 열심히 살아내는 '그냥 문구점' 앞에서 우리도 지나쳐온 문구점들을 뒤적여보지 않을 수 없다.
 
'우리 동네 문구점'. 그 속의 나날이 소박한 아름다움을 기르며 같이하듯, 우리 모두의 '작은' 시절을 품고 있어 더욱 지켜내야 할 곳이다. 자본에 밀려 사라져가는 작은 가게들을 살리는 길은 모쪼록 많이 자주 찾는 것이겠다. 동네 문구점에서 수첩이라도 하나 사서 올해의 자잘한 일상을 다시 찬찬 적어야 할까 보다.

김선향 시인의 '그냥 문구점 - 송죽동'_3
김선향 시인의 '그냥 문구점 - 송죽동'_3

수원의 시, 수원의 시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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