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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석 시인의 '연화장에서'
詩 해설 정수자 시인
2017-03-03 15:08:52최종 업데이트 : 2017-03-03 15:08:52 작성자 :   e수원뉴스

박효석 시인의 '연화장에서'
박효석 시인의 '연화장에서'_2


계절이 바뀔 즈음이면 부고가 자주 날아온다. 환절기를 넘기는 게 노약자에게는 더 힘든 게다. 큰 병원마다 장례식장이 다 있지만 수원에서는 연화장으로 문상 가는 일이 많다. 고인을 모시기에 더 특별하다거나 뜻 깊은 추모의 장소로 느껴지는 데는 주변 환경도 많이 작용하는 것 같다.
 
박효석(1947~) 시인은 수원에서 오랫동안 작품 활동을 했다. 1978년 시문학으로 등단해서 첫 시집 '그늘'을 펴낸 후 지금까지 모두 18권의 시집을 낼 만큼 창작열이 누구보다 왕성한 편이다. 시인은 한때 '공간사랑'이나 '시인과 농부' 같은 찻집 운영에 심혈을 기울였는데, 고전음악감상회나 시낭송회 등을 열며 일종의 '문화살롱' 역할을 선도하는 데 즐거움을 느꼈던 때문으로 보인다.
 
연화장에서 시인이 보내는 주검은 누구인지 분명치 않다. 객관화된 느낌으로 미루어볼 때 가족보다는 조금 거리가 있는 사람의 문상에서 비롯된 것 같다. 누구든 가야 하는 '마지막' 길의 배웅에서 시인은 비움과 떠남에 대한 명상으로 분분하다. 그것은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진지한 배웅'일 것. 다시는 볼 수 없는 지점에서의 배웅이라고 보면 그 시간만큼은 더없이 진실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 길에서 시인은 '수없이 내던진다 내던진다 하면서도/한 번도 내던지지 못했던 결단'을 톺아본다. 삶의 과정에 들어 있는 고난의 지점에 다다랐을 때 누구나 '내던진다'는 막다른 심정을 품어봤으리라. 하지만 막상 내던지지는 못 하는 게 대부분 부모형제 같은 가족들 때문이다. 그렇듯 많은 벼랑을 넘어와서 이제는 장렬한 마감만 남겨둔 때. 시인은 고인의 생에서도 있었을 법한 좌절과 사랑을 짚어본다.
 
그래서 다시 돌아보면 '수없이 사랑한다 사랑한다/속앓이하'던 시간도 있었으리라. 하지만 '뼛가루만 남는' 사랑을 불태운 적은 얼마나 있었을 것인가. 미루거나 망설이거나 놓쳐버린 고백들. 소설이나 영화 속의 사랑은 그래서 더 뜨겁고 아름답게 과장되며 우리를 자극한다. 못다 한 우리네 사랑을 대신이라도 하듯 놓친 시간과 사람에 대한 아픈 위무를 주기도 한다.
 
아무려나 이 세상 숨탄것들은 다 죽음으로 생을 마감하게 마련. 생의 마지막 배웅을 잘 하려는 것은 지상에서의 삶과 죽음에 대한 오래된 예의다. 그런 장례 시설 좋고 한적한 연화장은 마지막 예의를 차리기에도 좋은 곳이라 각별한 기억의 장소다. 그곳에 가면 문상만 아니라 많은 생각을 다시 곰곰 되작여볼 수 있고, 삶의 자세를 다시 추스를 수도 있다.
 
죽음을 딛고 나오는 뭇 생명들. 봄을 데려오는 새순이며 꽃들과도 올해는 더 잘 사귀어야겠다. 이제 막 약동하는 새싹들처럼 오래 전부터 사귀어온 묵은 사람들과도 눈부신 꽃날을 만들어가야겠다.

박효석 시인의 '연화장에서'_3
박효석 시인의 '연화장에서'_3

수원의 시, 수원의 시 해설, 연화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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