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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만호 시인의 '남창동 골목길'
詩 해설 정수자시인
2016-11-25 11:36:09최종 업데이트 : 2016-11-25 11:36:09 작성자 :   e수원뉴스
장만호 시인의 '남창동 골목길'_2
장만호 시인의 '남창동 골목길'_2


'오래된 사진' 같은 길. 남창동 골몰은 똑 그런 느낌이라 가끔은 일부러 찾아 걷곤 한다. 숨차게 골목을 오르다 보면 오래된 집들과 고샅의 이야기가 배어나오는 것만 같다. 수원에서 다 찍어 더 유명한 영화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의 홍상수 감독이 그려낸 골목도 그런 골목의 재현이라 더 정겨웠다.
 
장만호(1970~) 시인은 2001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당선으로 등단 후 시집 '무서운 속도'를 냈다. 두 번째 시집이 늦어 '무서운 속도'를 느리다는 농담을 듣는 중이다. 대신 시와 시인에 대한 기성의 인식을 환원코자 한 '한국시와 시인의 선택' 같은 저서를 냈다. 시는 요즘의 젊은 시인들과 달리 따뜻한 서정성이 주조를 이루면서 전통서정시 계열의 주목을 더 받는 편이다.
 
시인은 전라도 출신이니 남창동을 좀 다녀갔다 해도 추억이랄 것이 별로 없을 법하다. 그럼에도 '골목의 뒷장을 넘겨보는 저녁'이라는 구절을 쓰는 것은 남창동의 속내를 어지간히 들여다보는 시선과 자신의 경험을 중첩한 덕이겠다. 아파트에서 자라지 않았다면 비슷한 골목의 추억을 다 지녔을 테니 말이다.
 
골목을 오래전부터 오르내린 사람이 묵은 사진첩을 넘겨보듯 써나간 '남창동 골목길'. 그 구절들에서 우리도 남창동에 서린 시간의 여러 켜를 같이 읽으며 걷게 된다. 성벽의 돌들처럼 차곡차곡 쌓여 있을 골목의 오랜 이야기들이 저절로 걸어 나와 수군수군 들려주는 듯 마음이 자꾸 감겨드는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를 오래 붙드는 것은 '얘야, 밥 먹어라, 부르던/어머니 목소리'. 금방이라도 '골목 안에 퍼질 것 같'은 그리운 목소리다. 누구나 밥 먹으라는 어머니의 부름 아니 재촉을 받으며 자랐으니 온몸이 흔들릴 수밖에 없는 구절이다. 그러고 보면 골목마다 얼마나 많은 밥내와 목소리들이 고여 있을 것인가. 외등 아래 시린 발치를 비비며 서 있곤 하던 기다림은 또 얼마나 많이 쌓여 있을 것인가.
 
들여다볼수록 골목은 장독대처럼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람 냄새 이슥한 사연이며 눈물 밴 기다림이며 첫사랑의 고백 같은 것. 아파트 동 사이의 각진 시멘트 길과 다른 울퉁불퉁한 골목은 그만이 지릴 수 있는 사연을 압축 파일처럼 갖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골목길은 구불구불 그대로 살려 옛 마을의 맛과 냄새와 정담을 꺼내 읽고 새로 쌓도록 보전해야 한다.
 
'오래된 서랍' 같은 남창동 골목. 그곳 사람들의 추억 갈피에는 '어린 날 수국 더미 옆에서 사진을 찍던' 시간도 담겨 있으리라. '얘야, 통닭 먹자꾸나, 부르던' 아버지의 유독 반가운 목소리도 있겠다. 그렇게 먹이고 다독이던 목소리 속에서 골목을 오르내리며 우리는 자랐고, 지금은 여기 서서 옛 골목을 돌아본다. 그리운 것은 다 두고 온 듯싶은데 다시 보면 훈훈한 골목이 아직 있다.
 
외등도 등이 굽은 골목 저 끝. 그 길을 밝히던 어린 모습들이 스냅처럼 겹친다. 그 중에는 통닭을 배달시키거나 군고구마를 사 드는 퇴근길도 더러 있으리라. 그렇게 오래된 서랍처럼 구수하게 늙는 골목은 조금 더 호젓해도 좋겠다

장만호 시인의 '남창동 골목길'_3
장만호 시인의 '남창동 골목길'_3

수원의 시, 수원의 시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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