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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의섭 시인의 '능역(陵域)'
詩 해설 정수자 시인
2017-01-26 17:28:10최종 업데이트 : 2017-01-26 17:28:10 작성자 :   e수원뉴스

윤의섭 시인의 '능역(陵域)'_2
윤의섭 시인의 '능역(陵域)'_2

설이 지나면 왠지 허허롭다. 가족 친지와 세배며 덕담까지 나눴건만… 한 살 얹힌 무거움 탓인가 하며, 먼저 간 어른들을 생각한다. 일본의 폐묘(廢墓) 소식이 우리 산하의 버려진 묘도 일깨우는 참이다. 그래도 조선 왕릉은 세계유산 등재 후 더 긍지 어린 문화유산으로 관리를 받으니 다행이랄까.

윤의섭(1968~) 시인은 경인일보 신춘문예 당선(1992) 후, '문학과사회'(1994년)로 등단했다. 꾸준한 창작으로 '말괄량이 삐삐의 죽음', '천국의 난민', '붉은 달은 미친 듯이 궤도를 돈다', '마계', '묵시록' 등 괄목할 시집을 냈다. 한국시의 앞에 서서 열어온 지적 현대성으로 평가받지만, 긴장을 잃지 않는 새로운 세계의 개진에서도 치열하다. 수원지역 시인들과도 종종 어울렸는데 지금은 다른 지역 대학에서 강의 중이다.

능역은 임금이나 왕비의 무덤이 있는 터 혹은 그 무덤을 만들거나 고치는 일을 이른다. 융건릉을 떠올리는 순간 '융건릉에 가서 나는 두 개의 혹성을 보았다'는 문장이 우리를 이끈다. '두 개의 혹성'은 물론 융릉과 건릉, 무덤을 혹성으로 읽는 발상부터 새롭고 놀랍다. 맞물리는 상상은 곧 두 개의 별자리로 나아가고 '먼 서천으로부터 일그러져' 간 시간과 가족사 그리고 고통을 물고 나온다.

'-저승에 지옥이 없다면 그게 여기 있기 때문이다'라는 문장을 곱씹다 '거대한 유방처럼 끊임없이 기억을 수유하는 무덤뿐이다'에 와서 더 오래 머문다. 사실 여기가 지옥이라면 저승에는 지옥이 없을 것, 게다가 무덤은 유방과 유사하니 '기억'의 '수유'에도 더없이 절묘한 비유다. 전승이며 기록 같은 무덤의 오래된 힘을 짚어주는 시인의 성찰 앞에 우리 사유도 복합적으로 깊어진다.

시가 좀 어렵다 싶으면 그냥 '바람은 어딘가에 나의 탁본을 떠 놓고 있는 게 분명하다'나 '맑은 하늘을 헤엄치는 풍경소리에도 혹 전달된 메시지는 없나 귀 기울인다'는 문장을 음미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세계에 들 수 있다. 또한 우리의 근원을 담고 있는 무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수 있다. 그러다 '채이는 돌멩이 속에' 내가 들어 있을까, 한번쯤 깨보는 것도 자신을 다시 보는 데 좋을 듯싶다.

정유년 정초, 융건릉을 깊이 돌아본다. 수원화성이 거기서 시작되었으므로 더욱이.

윤의섭 시인의 '능역(陵域)'_3
윤의섭 시인의 '능역(陵域)'_3

수원의 시, 수원의 시 해설, 능역(陵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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