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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래 시인의 '흰 눈이 칠 때'
詩 해설 정수자 시인
2017-02-17 17:16:53최종 업데이트 : 2017-02-17 17:16:53 작성자 :   e수원뉴스
조양래 시인의 '흰 눈 이 칠 때'
조양래 시인의 '흰 눈이 칠 때'_2


조양래(1959~2012)는 해남 출신이지만 수원에 와서 시인으로 20년쯤 살다 간 시인이다. 1991년 경인일보 신춘문예에 '자양(滋養)'이 당선된 후 2006년 계간 '시평'으로 다시 등단, 첫 시집 '제비꽃'을 냈다. 등단 전에도 단편소설과 서정적인 시를 발표했는데, 심한 불면증에 시달리다 2010년쯤 지병으로 귀향해 영면했다.
 
시의 열()에 들뜬 듯한 그의 눈빛과 모습이 선연하다. 누구보다 시에 빠져 있는 모습이었다. 그래서인지 용모는 단아한데 정신은 다른 데 팔린 형상이 시에도 자주 겹쳤다. 가끔 수원시인들 모임에서나 남문 거리 같은 데서 마주친 모습도 다른 세상에 기거하는 느낌을 풍기곤 했다. 그렇게 시를 앓다 혼자 외롭게 아프다 떠난 것이다.
 
'화서사거리에서' 혹은 '고등동' 같은 곳. 그가 주로 다닌 곳은 '낮게 낮게' 엎드린 집들이 많은 동네였을 게다. 사는 곳이 그러했고, 그의 얘기 중에 묻어나오는 삶의 느낌도 그러했다. 언젠가는 전세 줄여 겨우 마련한 골방에 고급전축을 들여놓았다고 클래식에 들떠 있기도 했다. 요즘 식으로 작은 사치를 즐길 취향은 지키고 싶었던 것인데 안쓰러우면서도 뜨악했던 주위의 표정이 삽화처럼 남아 있다.
 
그즈음의 시인지 '흰 눈이 칠 때'에는 발 시린 비탈에서도 따스한 서정이 물씬하다. '녹슨 집들''검붉은 비탈'은 그의 생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낯익은 환경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어려움에 함몰되지 않고 '저마다 굴뚝 하나씩/창문 하나씩 내고 있'는 모습으로 희망 어린 삶의 이면을 그려낸다. 아무리 곤고한 나날이라도 '굴뚝'이며 '창문'을 내는 작은 희망은 갖고 살 테니, 그런 이웃들을 묘사하는 구절이 그림엽서처럼 정겹다.
 
'더 나앉을 절망도 없는/비탈의 사람들'을 사랑하고 보듬는 시인의 시선이 깊이 닿는다. 힘든 시간이 더 많을 삶의 골목이건만, 그 속의 모습들을 오히려 다습게 길어내는 데서 천진한 듯싶던 그의 표정이 겹친다. '가까이 가까이 몸을 댄다', 서로의 삶을 맞대고 간단치 않은 세상의 추위며 고단함을 이겨가는 모습들이 살갑다. 고락을 함께하는 이웃의 마음일 때, 대상에 육박해가는 연민도 온도는 이렇게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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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에 흰 눈이 칠 때' 이 대목에서 다시 유리창을 오래 바라본다. 평이한 듯싶은 표현이 문득 흰 눈을 데려오고 눈이라도 휘날리는 양 서성이게 한다. 흰 눈이 치는 유리창에 이마를 대고 서 있어본 사람은 그 속으로 끌려들지 않을 수 없다. 어느새 우수 지나 봄이 코앞이지만 아직 몇 번은 눈이 칠 것이고, 심지어 꽃샘 눈도 칠 것이다. 그때 '유리에 흰 눈이' 치는 소식을 기꺼이 만나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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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풍 불고/창이 떨고', 여전히 추운 골목들. 그런데 '아 소심한 사랑스러움이여'라는 시적 승화를 거치니 한 폭 그림이 된다. 어쩌면 '검붉은 비탈'을 견딘 그의 삶도 춥지만은 않았겠다. 그러니 쓸쓸히 조금 일찍 떠난 시인이여, 저 너머서나마 '소심한 사랑스러움'으로 평안하길

정수자시인의 약력
조양래 시인의 '흰 눈이 칠 때'_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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