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본문 바로가기하단 바로가기

상세보기
유선 시인의 '담쟁이를 보며'
詩해설 - 정수자시인
2016-07-29 14:18:28최종 업데이트 : 2016-07-29 14:18:28 작성자 :   e수원뉴스
유선 시인의 '담쟁이를 보며'_2
유선 시인의 '담쟁이를 보며'_2


화성은 많은 생명을 끼고 산다. 물론 성벽이 끌어안는 모양새가 대부분이지만 성벽을 찾아들어 거기 기대 제 삶을 잇는 것들도 많다. 그만큼 성이 있으면 성곽이 있고 그 성벽에 얽히고설킨 것들이 나날을 살면서 무늬를 이루는 것이다. 그러니 수원화성에는 참 많은 삶과 생명이 깃들어 살고 있는 셈이다.
 
이 시조를 쓴 유선(1938~)1985'시조문학'으로 등단해 8권의 시조집을 펴냈다. 교사에서 교장으로 교직을 마칠 때까지 많은 제자를 길러내며 수원의 문학청년들을 시인으로 키운 것으로도 유명하다. 한국문단에 이름을 올린 수원의 남자 시인 중에는 유선 시인의 제자로 끈끈히 얽힌 사이가 꽤 있다. 이 시집도 수성고등학교 문예반 제자들이 마음을 모아 헌정한 선집으로 뒷얘기가 훈훈히 전한다.
 
시에서 중요한 공간으로 등장하는 장안공원은 수원의 대표적인 공원이라 해도 좋은 명소다. 많은 사람이 찾는 도심의 공원인 데다 화성 성벽을 끼고 있어 가장 좋은 풍광을 거느린 공원이기도 하다. 장안문에서 화서문까지 다 품은 위치상 화성의 가장 아름다운 성벽을 안고 사니 철마다 그윽한 풍치를 연출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니 많은 작품 전시나 공연 장소로 뽑히며 매력을 나날이 더할 밖에.
 
시인은 그곳에서 '늙은 잔디''깔고 앉아' 담쟁이를 보며 남다른 감회에 젖는다. '성벽을 밟고 오르는 담쟁이'가 자신의 삶 나아가 많은 사람의 인생 여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읽기 때문이다. 장안공원 앞의 성곽은 유난히 많은 담쟁이가 성벽을 타고 오르는 곳. 그런 담쟁이는 늘 벽을 타고 올라야 한다는 본연의 사정이 있어 '아픈 생애가' 더 많이 겹쳐 보일 것이다.
 
그런 모습도 '높은 벽 더듬더듬 기어오르는' 청춘일 때는 더 푸르게 보이게 마련. 하지만 이제는 '꿈도 떠나가고 여위기만' 하는 때라 쓸쓸히 반추나 해볼 뿐이다. '늙은 잔디'란 곧 떠나갈 가을 잔디이자 자신의 투영이니 담쟁이에서도 여위는 생을 들여다보는 늦가을의 시절에 이른 것이다. 그럼에도 떠나가는 시간을 수긍하며 시인은 자신이 맞은 때를 겸허하게 받아든다.
 
담쟁이는 무엇인가를 잡고 기어오르는 특성으로 시심을 자극해온 대상이다. 그래서 고난을 딛고 일어서는 도전이나 인생의 함축 같은 형상화로 많이 등장해왔다. 그 중에는 함께 벽을 넘자는 연대의 이미지로 강렬하게 각인되어 자주 회자되는 담쟁이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담쟁이의 삶에 교훈적 전언을 슬쩍 얹고는 했으니 대상의 속성이 너무 선명한 때문이겠다.
 
아름다운 풍경을 만드는 담쟁이는 해도 끼친다. 건물이나 성벽 등을 타고 오르는 덩굴손이 균열을 만들고 파고들다 부수기까지 한다는 것이다. 담쟁이의 고된 행군에는 그런 파괴력도 숨어 있는 것이다. 하긴 온몸으로 타는데 얼마나 질긴 힘이라야 비바람을 견딜지 돌아보면 그 반대의 힘도 짐작은 된다. 하지만 성벽의 담쟁이는 여전히 아름다운 그림이고 여름날의 푸른 춤이니 어찌 쓸모만 앞세우랴!
 
그런 장안공원의 성벽을 보는 맛은 더없이 좋다. 거기서 펼쳤던 국제연극제의 연극이나 다양한 공연들을 겹쳐 보면 많은 그림이 파노라마로 스친다. 성벽을 이용한 연극이나 전시 같은 예술적 표현들은 화성을 얼마나 더 빛냈던가. 그런 시간이 쌓일수록 화성은 더 멋지게 늙어갈 것이니 더 많은 표현들로 덩달아 풍성해지길 빌어본다.

유선 시인의 '담쟁이를 보며'_3
유선 시인의 '담쟁이를 보며'_3

수원의 시, 수원의 시 해설

프린트버튼캡쳐버튼
공유하기 iconiconiconiconiconicon

 

페이지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