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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원영시인의 '들꽃 단상'
詩해설 - 정수자시인
2016-08-04 18:10:59최종 업데이트 : 2016-08-04 18:10:59 작성자 :   e수원뉴스

윤원영시인의 '들꽃 단상'_2
윤원영시인의 '들꽃 단상'_2

수원에서 미국 대통령을 맞은 날이 작품의 배경이다. 그날은 1966년 10월 31일. 수원을 다녀간 미합중국 대통령은 린든 B. 존슨이다. 아시아 7개국 순방 중 마지막 방문국의 열렬한 환영에 기분 좋아진 존슨이 한국 농촌을 보고 싶다는 바람에 수원 화성을 오게 되었다고 한다.

'존슨 고 홈' 시위를 보다 닥뜨린 환영에 따른 존슨의 감격은 당연할 수 있다. 그런데 '존슨 동산JOHNSON HILL'까지 만들고 표석을 제막(11월)하는 사진에서는 군인대통령 시절의 강요당한 감격과 반응이 보이는 듯하다. 당시 3만 명의 수원 화성의 인파가 모였다니 동원령이 참 셌던 시절의 이야기다.

그때 그곳에 수원의 여중생으로 갔던 윤원영(1952~)은 1993년 '시조문학' 추천으로 시조시인이 됐다. '즐거운 말씀'과 '뒤란에서 울다' 등의 시집을 냈는데 지금은 부산에서 활동 중이다. 시조로 등단한 수원의 여성들이 동인으로 모일 때 조용히 자신의 밭을 갈더니 느직이 꽃을 피우는 느낌이다. 단아한 품성의 시인답게 삶의 성찰이 주된 특징을 이룬다.

'국도 어디서나' 만나는 '어여쁜 꽃들'은 어디서나 즐거운 미소요 위안이다. 그런데 당시 국도변 꽃을 보며 소녀들은 미 대통령 환영을 위해 '흙먼지 풀풀 날리는 / 삼십 리 길' 먼지를 뒤집어쓰며 '걷고 걸어' 갔다. 지금 현충탑까지 높이 서 있는 화성시  안녕리의 존슨동산은 그런 역사가 서려 있는 곳이다. 그 시절 '미합중국 대통령' 방문이 아무리 대단한 뉴스였대도 먼 길을 걸어간 단발머리 소녀에겐 '기다리고 기다렸네'의 기억만 남아 있다. '월남전'이 '한창이던' 때이기도 하니 기다림에 겹쳐 돌아보면 먼 나라의 좋은 소식에 더 목이 말라 귀 기울인 사람들도 많았으리라.

국도변에서 시절에 상관없이 소임을 다하듯 피고 지는 무명의 꽃들. 그처럼 나라를 위해 일찍 진 무명의 많은 '병사'들. 어이없이 간 이 땅의 젊음들 속에서 먼 '월남'에 파병됐던 꽃 같은 목숨들을 생각해본다. 긴 전쟁의 상처를 딛고 일어선 베트남은 이제 세계에서 가장 젊은 나라로 역동적인 발전 중이다. 많은 피를 흘렸지만 미국을 이긴 자부심이 또 다른 동력이 아닐지, 다낭을 다녀오며 길게 돌아 뵌다.

그때 한 줌 뼈로 돌아오는 귀향과 고엽제의 평생 고통을 안고 오는 귀향도 있었다. 물론 월남 파병의 국가적 특수에 재바르게 편승해 뻔쩍거리는 졸부 같은 자들도 더러 있었다. 우리가 금방 겪은 동족 간의 전쟁터로 젊은 목숨들을 몰아댄 결과의 하나지만 거기에 앞서 뛰며 특수를 더 누린 셈 빠른 개인들도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런 특수와 상관없는 어느 한 구석에는 '왼종일 해바라기'나 하던 '계집애들'도 있었다던가.

'월남에서 돌아온 새까만 김상사~'를 부르던 철없던 시절에 비하면 지금은 반성을 담아 베트남을 대한다. '따이한'의 대속(代贖) 위에 새로운 미래를 열려니 하면서 마지막 구절을 길게 뇌어본다. '꽃들은 어디로 갔는지/병사들은 그 애들은'…… 길섶에 피고 지는 저 꽃들처럼, 그 얼굴들도 어디선가 자신의 길을 꽃처럼 살아내고 있을까.

윤원영시인의 '들꽃 단상'_3
윤원영시인의 '들꽃 단상'_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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