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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순분 시인의 '와우리 공동묘지에서'
詩해설 - 정수자시인
2016-09-05 17:02:52최종 업데이트 : 2016-09-05 17:02:52 작성자 :   e수원뉴스
진순분 시인의 '와우리 공동묘지에서'_2
진순분 시인의 '와우리 공동묘지에서'_2


끝날 것 같지 않던 폭염이 하루아침에 물러나다니! 유례없이 긴 폭염을 10도나 뚝 떨어뜨린 서늘한 바람을 만끽한다. 마술이라도 부렸는지, 달력을 보니 곧 한가위다. 빠른 한가위 잘 맞으라고 바람도 온도 수정을 급히 했나. 지친 심신을 쓸어주는 가을바람은 보약 중의 보약이다.
 
한가위 앞두고 벌초 행렬이 전국의 길을 메운다. 그 길을 보며 아버지 묘를 찾는 그리움을 찾아 읽는다. 이 시를 쓴 진순분(1956~) 시인은 1990년 경인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해서 '안개꽃 은유', '시간의 세포', '블루마운틴' 등의 시집을 냈다. 수원 출신으로 수원에서 계속 살며 우리 지역의 정서나 삶에 대한 시를 많이 써온 시인이다. 성과 이름에서 풍기는 '진솔함'이 시에서도 묻어나는 특징을 보여준다.
 
와우리는 수원 인근의 낯익은 지명이다. 행정적으로는 화성시에 속하지만 심정적으로는 수원시의 여느 지역이나 진배없다. 그런 곳의 야산자락에 자리 잡은 공동묘지에 모신 아버지를 그리며 시인은 '이제 손잡을 수 없는 이승의 진눈깨비' 속에 서 있다. 술 한 잔을 부어 드릴 밖에 다른 일은 없다. 생전의 아버지께 올리던 술 한 잔의 예로 그리운 얼굴을 그려보는 성묘. 그런 점에서 성묘란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의 '기억' 속으로 가는 회한과 반성과 다짐의 시간이다.
 
'바람이 불 때마다 촛불은 또 꺼지고' 다시 켜는 촛불 위로 어디선가 날아드는 '까마귀' 소리. 그 소리는 '애타게 부르는' 내 마음의 소리를 대신한다. 수없이 불렀더라도, 아니 일상이 너무 바빠 자주 부르지는 못 했더라도, 성묘를 하는 동안은 마음속의 아버지 어머니를 한껏 불러본다. 그렇게 부르기만 해도 죄스러운 마음이 조금 덜어지는 듯하니, 이 또한 성묘에서 얻는 위안이다.
 
시간 내어 마음 내어 뭔가를 고하면 '그 얼굴 어제인 듯 다시 뵈는 속죄의 날'도 된다. '아버지 환한 말씀이/햇살 되어 오시'기도 한다. 그렇게 먼저 가신 분들께 미루던 절 올리고 고인에 대한 추억이며 밀린 이야기 나누는 성묘는 그래서 이 세상에 남아 있는 형제들의 소풍도 된다. 너도나도 바쁜 세상이라 그런 때나 모여서 안부 나누고 삶의 어깨를 두드리며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성묘는 고인을 잠시 우리 앞에 모시고 함께하는 잠시의 추억 여행 같다. 게다가 정성껏 마련한 제수(祭需)를 나누는 값진 시간이기도 하니 삶에 대한 하나의 예의 같기도 하다. 그러니 부모님 묘가 납골당이든 공동묘지든 마음 모아 자주 찾으면 그곳이 명당 휴식처일 것. 참다운 안식처는 그런 마음의 모심에서 만들어지는 것이겠다.
 
올 한가위에도 대이동이 있을지, 갈수록 역 귀성이며 외국여행이 늘어 한가위 풍속도가 많이 바뀌었다. 그럼에도 전국의 큰길, 작은 길, 산길의 도처가 벌초와 성묘로 뜨거워지니 제()를 높이 쳐온 우리 문화가 아직은 사람에 대한 예의로 살아있는 게 아닌가 싶어 숙여지는 가을 입구다

진순분 시인의 '와우리 공동묘지에서'_3
진순분 시인의 '와우리 공동묘지에서'_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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