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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자 시인의 '일월저수지'
詩해설 - 정수자시인
2016-09-30 14:08:58최종 업데이트 : 2016-09-30 14:08:58 작성자 :   e수원뉴스
김인자 시인의 '일월저수지'_2
김인자 시인의 '일월저수지'_2


자꾸 불러내는 바람 맛이 더없이 좋은 가을날. 그 꼬임에 기꺼이 넘어가 조금 멀리 나가면 일월저수지가 있다. 호수라는 호명으로 더 사랑하는 물의 풍경. 물에서 놀다 나온 태생 때문인지 사람들은 물가를 늘 그리워하며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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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월저수지'도 그런 곳. 김인자(1954~) 시인은 1989년 경인일보 신춘문예 당선과 '현대시학' 신인상으로 문단에 나왔는데 이제는 여행 작가로 더 유명하다. 아프리카 오지를 여자 혼자 트럭으로 한 달이나 돌며 쓴 여행기는 한동안 신문을 오르내렸다. 그렇게 세계를 누비건만 '일월저수지'에 마음을 앗긴 적이 있나 보다.
 
일월저수지는 수원의 좀 외진 서쪽에서 제 역할을 조용히 감당하고 있다. 인근 주민 외에 산책객이 전은 덕인지 자연스러운 맛이 많았는데 이 시를 쓴 무렵은 더 한적했을 게다. 사람 끌기나 편의를 위한 인위적 조성이 너무 과해진 여느 저수지에 비하면 으늑한 자연 속의 수변을 걷는 맛이 퍽 좋았다.
 
그런 저수지에서 만난 한밤 '물오리 떼'의 짝짓는 장면은 새로운 약동이다. '와그르르 수면이 휘청거린다'는 사랑의 몰입과 강도가 절로 숨을 죽이게 한다. 그때 '숨을 죽이고 문구멍으로 몰래 훔쳐본 사랑'의 모습이 겹쳤던가. 정월 대보름의 추억으로 들려준 그 장면, 시인이 목격한 시골집의 창호지 너머 숨 가쁜 실루엣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가을밤 저수지에서 마주친 자연의 관능도 그래서 더 무심한 듯 자연스럽게 와 닿는다. '가을볕에 쩍 벌어진 가슴 내보이는 밤송이들''더는 참을 수 없다고 뛰어내려 바닥에 몸을 포'개는 행위 역시 다 그러한 자연의 일. '늦은 밤 저수지는 입을 틀어막고 몸만 부르르 떨었다'는 것도 그래서 더 자연스러운 생명에의 동참이다. 이야말로 모두 자연의 오랜 기록들이 아닌지.
 
우리도 가을 알밤처럼 지구에 떨어져 수원 하늘 아래서 복닥거리며 살아가는 것. 뭇 생명의 사랑을 '물의 정거장에 쉬었다 가는 바람이 불러주'듯 가을의 찬가를 얹어본다. 지금도 벼 익는 논둑의 콩꼬투리에서는 햇콩들이 햇살 속으로 마구 튀기도 할 것이다. 그 옆에서 물오리 떼 엉덩이를 씻어주는 저수지의 잔물결들도 예부터 그래왔듯 잔잔히 웃으며 가을을 또 지나가리라.
 
바람과 수면이 되비추는 눈부신 햇살들-. 몸을 헹구며 수면을 건너는 가을 구름이 더 높고 희듯 내 안의 여름 때도 헹궈 보내야겠다. 그러면서 우리의 올 가을 빛깔은 어떠한지, 다시 짚어봐야 하리.

김인자 시인의 '일월저수지'_3
김인자 시인의 '일월저수지'_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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