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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호 시인의 '세발고양이'
詩 해설 정수자시인
2016-11-04 16:15:20최종 업데이트 : 2016-11-04 16:15:20 작성자 :   e수원뉴스
박완호 시인의 '세발고양이'_2
박완호 시인의 '세발고양이'_2


국화향을 제대로 퍼뜨리기도 전에 가을이 쫓기는 듯싶다. 올해의 예측 불허 날씨는 똑 롤러코스터다. 5월 폭염이 봄꽃들을 뒤흔들더니 10월 한파는 파장이 더 크다. 김장 때맞춰 기른 무며 배추 등은 갑작스러운 추위를 어찌 견딜지, 농가 피해는 또 얼마나 클지 어려운 형편들이라 더 걱정스럽다.
 
가을 저녁 봉녕사에 깊이 머물렀던 박완호(1965~) 시인. 그는 1991'동서문학'으로 등단한 뒤 서정적 울림으로 전염력 강한 시세계를 견지하며 '아내의 문신' '너무 많은 당신' 6권의 시집을 냈고, 김춘수 시문학상을 탔다. 경기도내 교사로 문학을 가르치면서 작품 활동만 아니라 공차는 일(시인 축구 모임 '글발' 동인)에도 두루 활발하다.
 
시인이 자주 찾는 곳은 아니었을 봉녕사. 그럼에도 '늦가을 국화가 마지막 꽃잎을 지키려 안간힘 쓰고 있는 봉녕사'가 시인에게 오래 들었다. '연등 아래를 걸어가는 사람의 그림자가 수척하다'고 느껴지는 가을이기 때문일까. 그때 만난 '세발고양이'에 시선이 오래 꽂힌 때문일까. 짐작하건대, 그것은 힘든 상황의 생명을 향하는 연민 때문일 터인데 시인은 거기 머물지 않고 놀랍게도 '혜가(慧可)'를 겹쳐 놓는다.
 
혜가라니, 세 발의 혜가라니, '오른쪽 앞다리가 휑하다'고 보이는 순간 '한쪽 다리만으로 북소리의 간격을 제대로 짚어갈 수 있'는 데 주목한 까닭이다. 무심히 지나칠 법한 만상(萬象)에 놀라는 게 시인이고 그것을 '잘려나간 한쪽 다리에 서린 고요의 힘'으로 색다르게 그려내는 것도 시의 일. 아니 '고요의 힘으로 이명(耳鳴)의 뜨락을 가로지르는' '세발고양이' 모습에서 뜻밖에도 자기 팔 잘라가며 '구도(求道)'에 들어서는 혜가를 읽는 것, 그리고 거기 따르는 비약도 시라서 가능한 묘파라 하겠다.
 
그렇듯 '세발'로도 아무렇지 않게 건너는 고양이와 '비구니의 아미타불'이 어우러져 물들이는 '서쪽 하늘'. 아미타불은 '대승불교에서 서방정토(西方淨土) 극락세계에 머물면서 법()을 설한다는 부처'라니, 비구니들의 불경 암송이 '서쪽 하늘'을 물들이는 것이야말로 자연스러운 이입이다. 국화꽃 향이나 불경의 향이나 고요의 힘으로 다다르는 승화 같은 세계가 더불어 스미는 것이다.
 
절에 가면 꼭 불전에 엎드려 절하지 않아도, 마당을 가만가만 거닐기만 해도 와 닿는 기운이 있다. 세속과 물리적으로 떨어진 구도 공간으로서의 힘이 크겠지만 지친 마음을 내려놓게 하거나 욕망 따위를 돌아보게 하는 무엇이 있는 것이다. 기도 같은 구원 같은 간절하고 근원적인 힘으로 불자 아닌 보통 사람도 다 품기에 그 품에 잠시 서 있기만 해도 심신이 씻기는 기분을 주나 보다.
 
도심에서 조금 돌아앉은 것만으로 한갓진 곳의 매혹을 지닌 봉녕사. 절의 역사며 비구니 승가대학 같은 남다른 품격도 좋지만 풍경만으로도 더없는 산책코스다. 시로 절을 다시 읽자니 '잠잠해지는 북소리 따라 이우는 꽃잎의 춤사위'라도 찾아 나서고 싶어진다. 아직은 한창일 국화 꽃잎들이 '문득 시리게 반짝'일 때, 우리 마음에도 새로운 향기 무늬가 시리게 반짝이리라.


박완호 시인의 '세발고양이'_3
박완호 시인의 '세발고양이'_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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