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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신선 시인의 '수원지방'
詩 해설 - 정수자 시인
2016-04-14 15:48:14최종 업데이트 : 2016-04-14 15:48:14 작성자 :   e수원뉴스
홍신선 시인의 '수원지방'_2
홍신선 시인의 '수원지방'_2


이름부터 물을 품어 온 水原. 논을 빼고는 말하기 어려우니 근대농업의 본산지인 때문이다. 일찍이 만석거나 축만제 같은 저수지 축조로 펴온 정조의 중농정책을 계승하듯, 수원은 근대 초부터 농촌진흥청으로 우리나라 농업의 과학화에 앞장섰다. '수원''농업'의 전통이 꽤 긴 것이다.
 
이 시에서도 '수원지방'은 논과 밭으로 표상된다. '가래논질과 보리밭들'은 곧 '수원지방'의 전형적 모습으로 화자를 되세운다. 여기서 잠깐 짚고 갈 것은 시 속의 '수원지방'이 현 행정구역의 '수원시'에 화성시 일원을 포함한다는 것이다. 옛 수원부는 물론 홍신선 시인(1944~)이 자랄 때도 수원군이 지금의 수원시와 화성시 거개를 포함하는 크고 너른 명칭이었으니 말이다.
 
돌모루(화성시 동탄면 석우리) 출신의 홍신선 시인은 지역과 이웃들의 이야기를 많이 다뤘다. '남양 홍씨' 연작시를 썼을 뿐만 아니라, 농촌의 삶을 진솔하게 담은 '우리 이웃 사람들'(1984, 문학과지성사)이라는 시집도 냈다. 그런 중에 돌모루 논밭의 힘이 특별히 진중하게 와 닿는데 시인의 삶이며 풍모에서도 받는 인상이다.
 
농사 준비를 하는 논밭은 보기만 해도 힘이 솟는다. 그런데 시에서는 어둡고 우울하게 비의 '회초리'를 맞는 화자를 그린다. '누워 있'거나 '쓰러짐'의 하강 이미지와 '버린 진실''허튼 말' 등이 통렬한 자기반성을 환기하는 것이다. '아득하게 흐트러져' 있는 '비탄'에 젖었는지는 시를 쓴 때(유신시절)와 시인의 나이(30)를 상기하면 이해가 된다. 고향 들녘마저 낙관적으로만 바라볼 수가 없었던 것이다.
 
회색 내면이 투사된 '수원지방'은 암울한 느낌이 주조를 이룬다. 풍년의 기약일 법한 '가래질논'의 비조차 '나의 잔등을 비비고 가는 비'로 화하는 것이다. 하지만 '허튼 말과 흐르는 도랑물의/무심한 만남이/오늘 이 큰 수원지방을 이루고 있다'는 마지막 대목은 그것들이 어울려 이루어갈 역사의 힘을 암시한다. 그러므로 '큰 수원지방'이란 '버린 진실'까지도 품는 곳이 아닐는지
 
보기만 해도 배부른 일은 '내 자식 입에 밥 들어가는 것''내 물꼬에 물 들어가는 것'이라 했다. '農者天下之大本' 시절의 가치가 담긴 표현에 보듯, 논에 물이 없다면 그건 더 이상 논이 아니거니와 자식들 먹일 밥이 없어지는 큰 재앙인 것이다. 논밭을 자식 돌보듯 한 농부들 마음은 그렇게 자연과 어우러져 먹고 살아온 삶의 지엄한 반영이다.
 
농사 바빠지고 개구리 울음 덩달아 높아질 때다. 간간이 소쩍새 소리가 날아들면 만석거며 축만제 운치도 얼마나 각별하랴! 이 모두 수원의 아름다운 풍경이자 힘이다. 아직 남아 있는 논밭들 잘 살려 더 푸른 도시로 나아가는 '수원지방'을 빌어본다.

홍신선 시인의 '수원지방'_3
홍신선 시인의 '수원지방'_3

수원의 시. 시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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