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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복 시인의 '모란이 지는 종소리'
詩 해설 - 정수자 시인
2016-05-04 15:04:04최종 업데이트 : 2016-05-04 15:04:04 작성자 :   e수원뉴스
김수복 시인의 '모란이 지는 종소리'_2
김수복 시인의 '모란이 지는 종소리'_2


용주사 가는 길. 신록이 눈부실 때면 더 설레는 길이다. 수원역 쪽에서 방향을 잡아가면 장관을 이루는 융건릉 푸른 숲이 있기 때문이다. 언제나 아름다운 왕릉 숲이지만 신록 철에는 특히 빛나서 새잎 바람을 꼭 쐬어야 하는 내 마음의 명소다.
 
사도세자 원찰인 용주사는 정조의 효심만도 국보급. 거기에 김홍도 주도 설이 전하는 후불탱화며 국보 120호 범종까지 있으니 여러모로 급이 높은 절이다. 그런 용주사에서 '모란이 지는 종소리'를 불러오는 시가 있다. 시를 쓴 김수복(1953~) 시인은 1975한국문학신인상으로 등단한 후 10권의 시집을 내며 왕성한 활동을 하는 한국문단의 중견이다.
 
그런데 용주사의 모란? 200년 이상 절을 지키고 떠난 대웅전 앞 회양나무(천연기념물 264)부터 스친다. 정조가 심었대서 각별하던 그 나무 곁에 간간 핀 꽃이 모란이었나? 실은 용주사에 다른 모란이 있으니 대웅보전 대우석(大隅石)의 모란무늬다(융릉 정자각도 같음). 보통 사찰에는 연꽃과 당초무늬가 많은데 용주사에는 삼태극(三太極), 비운(飛雲), 모란 무늬를 새겨놓은 것이다.
 
용주사 범종은 고려 초 종으로는 드물게 큰 규모(25천 톤을 부은!)로 웅혼한 품이 일품이다. 정면 아래에 연꽃을 새긴 당좌(唐座)와 종신 양 옆에 비천상이 있는데, 용뉴와 용통에 신라시대 범종 양식이 남아 있다. 그런 위용이 오랜 동안 중생을 먹여온 소리의 깊이를 먼 마을까지 들려준다.
 
제목을 읽으니 어디선가 '모란' 소식이 들리는 듯하다. '용주사 저녁 범종'이 그렇게 '가슴 깊이 숨을 들여 쉬었다가' 숨을 내뱉고는 했는지, 마음 바닥까지 젖어드는 여운이 그윽하기 짝이 없다. 사실 종이 클수록 품도 넓기 마련인데 절집 종소리는 우리네 종 특유의 맥놀이에 뭇 중생 거두어 먹이는 의미까지 얹히니 더 숙여 듣지 않을 수 없다.
 
그 범종이 '멀리 몸속 항아리들을 내보내는데' 어쩌면 그럴까 싶도록 '아랫마을 사람들 둥근 가슴에까지//소리의 뿌리를 담아 재워서' 보낸다. 그 소리를 따라서만은 아니겠지만 '뜰 앞 모란이 지는//그 슬픈 미소'가 어느 결에 또 번진다. 시인도 용주사에서 범종소리에 오래 젖어본 적이 있던가. 마치 모란 같은 누군가를 그리듯 '그 얼굴을 갖다 대어 보'는 모습이 소리의 여운 속에 은은히 번진다.
 
용주사의 범종 소개글에는 '우렁차고 은은한 소리''무명에 헤매는 중생의 혼미한 잠'을 깨웠으리라 적고 있다. 정조의 눈물이 담긴 절이었으니 종소리가 여느 절에 비할까. 조지훈의 절창 '승무'가 용주사에서 탄생한 것도 그런 곡절을 품어 더 절절한 울림을 낳았을 것이라고 다시 눈에 귀에 가슴에 모두를 담아본다.
 
용주사는 수원군에서 화성시 소재로 바뀌었지만 수원의 절이래도 무방할 듯. 그곳 종소리에는 모란무늬도 담긴다. 신록에 낯 씻고 나온 장미며 지나는 새 울음도 한결 새뜻하게 얹혀온다. 몸 마음을 겸허하게 열고 있으면 얻고자 하는 빛과 향과 그리운 사람의 숨결 같은 게 더 싱그럽게 묻어오나 보다.
 
자비를 돌아보는 석탄일 즈음. 누구든 이기고 잘나야 하는 세상에서 하심(河心)만도 참 어려운 불심(佛心) 같다. 범종소리에 마음 더 숙여보는, 아름다운 공양 모란무늬를 얻는 봄날도 하구다.
 
김수복 시인의 '모란이 지는 종소리'_3
김수복 시인의 '모란이 지는 종소리'_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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